AI 시대, 현업 웹 전문가 5인이 말하는 요즘 UX는?

2026. 03.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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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은 더 이상 어렵지 않다. 노코드 빌더는 직관적으로 진화했고, 생성형 AI는 코드와 레이아웃을 빠르게 만들어낸다. 프롬프트 몇 줄이면 그럴듯한 사이트 하나가 완성되는 시대다. 


그러나 역설적으로, ‘잘 만든 웹사이트’를 만나기는 더 어려워졌다는 평가도 나온다. 화면은 화려해졌지만 사용자는 쉽게 이탈하고, 기능은 많아졌지만 전환은 기대만큼 오르지 않는다. 제작의 장벽은 낮아졌지만, 완성도의 기준은 오히려 높아진 셈이다. 그렇다면 지금, 잘 만든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 브랜드 사이트와 쇼핑몰, 기업 웹을 제작해온 다섯 명의 전문가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제작이 쉬워진 시대, 잘 만든 웹사이트의 기준은 무엇인가.


*이 콘텐츠는 전문가의 의견을 아임웹 블로그 운영 가이드라인에 따라 작성하였습니다.





몰입을 방해하지 않는 인터랙션 — 페이브


사용자가 사이트를 떠나는 이유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화면이 화려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흐름이 끊기기 때문이다. 크리에이티브 개발 스튜디오 페이브(Fave)의 김은비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는 잘 만든 웹사이트의 기준을 ‘심리스한 반응성’에서 찾는다.


“화려함보다 중요한 건,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입니다.”

-김은비 페이브 시니어 소프트웨어 엔지니어


이러한 경험을 구현하기 위해 그는 Three.js와 GSAP 같은 웹 애니메이션 기술을 활용해왔다. 하지만 기술은 수단일 뿐, 핵심은 사용자가 의식하지 않아도 몰입이 이어지는 설계에 있다고 말한다.


페이브가 제작한 아임웹 기반의 조구만스튜디오 웹사이트. 
스크롤에 맞춘 절제된 인터랙션과 단계적 정보 제공으로 브랜드 세계관을 자연스럽게 전달한다.



김 엔지니어가 제작에 참여한 캐릭터 브랜드 ‘조구만 스튜디오’ 웹사이트는 이러한 관점을 잘 보여준다. 첫 진입 단계에서는 로딩 시간을 단순한 대기가 아니라 경험의 일부로 전환했다. 로티(Lottie) 애니메이션을 통해 미세한 움직임을 더하고, 스크롤에 따라 캐릭터와 배경이 단계적으로 드러나도록 구성했다. 정보는 한 번에 쏟아지지 않는다. 사용자가 직접 세계관을 탐험하듯 따라가도록 리듬을 설계했다.


이 사이트는 글로벌 웹 애니메이션 라이브러리 GSAP가 선정하는 ‘Site of the Week’에도 올랐다. GSAP는 전 세계 개발자와 스튜디오가 사용하는 대표적인 인터랙션 기술로, 매주 구현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이 뛰어난 사이트를 선정해 소개한다. 기술적 완성도와 사용자 경험을 함께 평가하는 만큼, 조구만 스튜디오 사례는 인터랙션 설계의 수준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은 셈이다.

 

김 엔지니어는 “잘 만든 웹사이트는 브랜드의 페르소나와 콘텐츠 흐름이 하나로 연결돼 이질감이 없어야 한다”고 설명한다. 인터랙션은 시각적 즐거움을 과시하는 장치가 아니라, 사용자가 길을 잃지 않도록 돕는 안내선에 가깝다. 제작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무엇을 덜어내고 어디까지 절제할 것인지 판단하는 설계자의 감각이 기준이 된다.



스스로 굴러가는 구조 — 누끼토끼 


많은 웹사이트가 완성된 직후부터 서서히 멈춘다. 수정이 어렵고, 관리가 번거롭고, 결국 손을 대지 못한 채 방치되기 때문이다. AI 웹 제작 전문가 최한비 누끼토끼 대표는 요즘 UX의 기준을 ‘운영 가능성’에서 찾는다.


“잘 만든 사이트라면, 클라이언트가 저를 다시 찾지 않아도 스스로 굴러가야 합니다.”

-최한비 누끼토끼 대표


1인 기업과 소규모 브랜드가 늘어난 환경에서 웹사이트는 외주 결과물이 아니라 대표가 직접 굴리는 사업 도구가 됐다. 구조가 복잡하면 사소한 수정조차 어려워지고, 결국 사이트는 방치된다. 그래서 그는 화려한 기능보다 정보 구조를 먼저 다듬는다.


“요즘은 최신 트렌드를 얹는 것보다, 사용자의 질문 흐름을 그대로 구조에 옮기는 게 더 중요합니다.”

-최한비 누끼토끼 대표

 

누끼토끼가 아임웹 기반으로 제작한 웹사이트 움파.
사용자가 정보와 기능을 빠르게 이해하고 즉시 활용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그가 진행한 ‘움파(oompaa)’ 프로젝트에서는 복잡한 전문 용어 대신 컬러 시스템과 직관적인 라벨 구조를 설계해, 사용자가 색상만으로도 제품 특성을 이해하도록 만들었다. 병원 사이트에서는 ‘증상 → 치료 → 병원 안내’로 이어지는 사고 흐름을 그대로 스크롤 구조에 반영했다. 이해의 순서를 설계하는 것이 곧 UX라는 판단이다.


AI 역시 이 기준 안에서 활용된다. 최 대표는 AI를 구현을 대신하는 도구라기보다, 가능성을 빠르게 탐색하는 파트너로 정의한다. 그는 “AI 덕분에 구현 장벽은 낮아졌지만, 더 중요한 건 고객이 나중에 수정할 수 있는 구조인지”라고 강조한다. 복잡한 기능을 넣는 대신, 관리 가능한 형태로 정리하는 일이 더 중요해졌다는 설명이다.


최 대표에게 잘 만든 웹사이트란 매출에 기여하면서도, 스스로 굴러갈 수 있는 시스템이다. 제작이 쉬워진 시대일수록, 오래 운영 가능한 구조를 설계하는 일이 UX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 있다.



결정을 쉽게 만드는 설계 — 써니메이크


많은 쇼핑몰이 마지막 순간에 사용자를 놓친다. 제품은 이해했지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멈추는 것이다. 허영선 써니메이크 대표는 그 원인을 ‘결정을 어렵게 만드는 구조’에서 찾는다.


“요즘은 많이 보여주는 것보다, 덜 고민하게 만드는 게 더 중요합니다.”

-허영선 써니메이크 대표


과거에는 정보가 많을수록 신뢰를 준다고 여겨졌다. 상세페이지는 길수록 좋았고, 기능은 많을수록 전문적으로 보였다. 그러나 실제 매출 데이터를 마주하면서 허 대표는 다른 결론에 도달했다. 그는 “사용자가 ‘그래서 뭘 하면 되지?’라고 멈추는 순간, 그 사이트는 이미 역할을 다하지 못한 것”이라고 말한다. 전환은 설득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에 가깝다는 것이다.


써니메이크가 제작한 아임웹 기반의 웹사이트 플랜라이트.
주력 제품 정보와 가격·후기·구매 버튼을 명확하게 노출해 제품 이해와 구매 전환을 빠르게 연결했다.



플랜라이트 쇼핑몰 프로젝트는 그 관점을 잘 보여준다. 메인 화면에서 핵심 제품을 중심으로 메시지를 압축하고, 가격·후기·구매 버튼을 한 화면 안에서 반복적으로 인지하도록 배치했다. 사용자가 정보를 읽다가도 자연스럽게 결제 단계로 이동할 수 있게 동선을 설계했다. 광고 유입 비중이 높은 쇼핑몰일수록, 방문 직후 “지금 사야 할 이유”를 직관적으로 이해하게 만드는 구조가 전환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

 

허 대표가 의도적으로 덜어낸 요소도 많다. 스크롤마다 등장하는 과한 모션, 자동 재생 영상, 복잡한 탭 구조 등은 구매 집중도를 떨어뜨리는 경우가 많았다고 설명한다. “쇼핑몰에서 UX는 눈에 띄는 장치가 아니라, 구매를 방해하지 않는 장치여야 합니다.” 인터랙션이 브랜드 사이트에서는 몰입을 돕는 역할을 할 수 있지만, 커머스에서는 오히려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판단이다.

 

결국 잘 만든 쇼핑몰은 ‘정보가 많은 곳’이 아니라 ‘덜 고민하게 만드는 곳’이다. 선택지를 줄이고, 핵심을 강조하고, 다음 행동이 명확하게 보이도록 설계하는 것. 요즘 커머스 UX의 기준은 더 화려해지는 것이 아니라, 더 빠르게 결정을 돕는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



머무를 이유를 설계하는 것— 그루브웹


검색 상단에 노출됐는데도 성과가 나지 않는 사이트들이 있다. 방문자는 들어오지만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준희 그루브웹 대표는 그 이유를 방문자 입장에서 ‘머물 이유의 부재’에서 찾는다.


“SEO는 키워드 분석을 넘어, 사용자가 왜 이 페이지에 더 있어야 하는지를 설계하는 문제입니다.”

-이준희 그루브웹 대표


그는 SEO를 더 이상 키워드 최적화나 기술적 최적화의 영역으로 보지 않는다. 검색엔진이 실제로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메타 태그보다 사용자 행동이라는 설명이다. 체류 시간, 재방문, 공유, 백링크는 모두 ‘머물 이유’가 있을 때 발생한다는 것을 그는 국내외 유수의 B2B 전문 SEO전문 회사들과 협업하며 몸소 경험하게 되었다.


“검색 상단에 노출되는 것보다 더욱 중요한 건, 들어온 사용자가 떠나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준희 그루브웹 대표


그루브웹이 만든 아임웹 기반의 앰버퓨어힐호텔&리조트웹사이트. 
제작 기획 단계에서 키워드 추적부터 검색엔진 상단 공략을 위해 경쟁사분석과 함께 밀도 있는 홈페이지를 제작하고자 했다



제주 5성급 엠버퓨어힐 호텔 사이트 제작 과정에서도 그는 키워드 분석과 경쟁사 조사를 병행했다. 그러나 접근은 단순한 정보 확장이 아니었다. 호텔을 찾는 사용자의 질문을 먼저 정의하고, 그 질문이 자연스럽게 풀리고, 더욱 홈페이지에 머물 이유를 만들도록 제공하도록 정보 흐름을 설계했다. 객실 소개, 위치, 시설 정보가 나열되는 대신, 방문자가 궁금해할 순서대로 흥미롭게 서사가 이어지도록 구조를 다듬었다.

 

그는 “AI로 비슷한 글을 만드는 건 너무나도 쉽습니다. 하지만 실제 경험과 맥락이 담긴 구조는 절대 복제할 수 없습니다.”라며 AI가 콘텐츠를 대량 생성할 수 있는 시대에 이제는 ‘깊이’가 차이를 만든다고 말한다. 업계에 흔한 정보가 아니라, 왜 이 브랜드가 이 이야기를 할 수 있는지 드러나는 설계가 필요하다는 의미다.

 

그에게 잘 만든 웹사이트는 ‘검색을 잘 받는 사이트’를 넘어 지속가능한 SEO 선순환을 위한 ‘더 읽고 싶어지는 사이트’다. SEO의 중요성은 기술에서 경험으로, 키워드에서 구조로 이동하고 있다. 결국 검색 경쟁력은 설계자의 사고력에서 시작된다.

 


비즈니스 로직을 실행하는 기능 — 투모어스텝스


겉보기에는 완성도 높은데, 실제 성과로 이어지지 않는 사이트들도 있다. 이유는 단순하다. 화면은 있지만, 비즈니스 로직은 실행되지 않기 때문이다. 김상수 투모어스텝스 대표는 요즘 UX의 기준을 ‘비즈니스 맥락과의 연결’에서 찾는다. 


“이 기능이 왜 여기에 있는지 설명할 수 없다면, 아직 설계가 끝난 게 아닙니다.”

-김상수 투모어스텝스 대표


AI와 노코드 툴의 발전으로 제작 자체는 보편화됐다. 그러나 기업 규모가 커질수록 요구는 더 구체적이고 복잡해진다. 단순한 상품 진열이 아니라, 예약 로직, 회원 등급별 차등 정책, 내부 ERP와의 연동, 자동 정산 시스템처럼 실제 수익 구조와 맞닿은 기능들이 필요해진다. 이 지점에서 화면 디자인은 출발점일 뿐이다.


투모어스텝스가 제작한 ‘노티드’ 웹사이트 내 예약시스템 창.
브랜드 고유 예약 로직을 구현해 아임웹 환경에서 자연스럽게 확장 연동했다.



노티드 프로젝트는 그 대표적인 사례다. 초기 분석 단계에서 도넛 예약과 픽업 날짜·지점 선택 과정이 복잡하게 분절되어 있다는 문제가 드러났다. 고객은 여러 페이지를 오가거나 전화 문의를 병행해야 했다. 투모어스텝스는 이를 단순히 UI를 정리하는 수준에서 끝내지 않았다. 브랜드의 실제 운영 흐름을 기준으로 예약 구조를 다시 설계하고, 커스텀 시스템을 개발해 자연스럽게 연결했다. 결과적으로 사용자는 내부 로직을 인지하지 않아도 직관적으로 예약을 완료할 수 있게 되었고, 이는 이탈률 감소와 매출 개선으로 이어졌다.

 

하이어뮤직 사이트 역시 같은 맥락이다. 하이퍼 디지털 콘셉트의 인터랙션은 단순한 시각적 장치가 아니라, 힙합 레이블 특유의 에너지와 리듬을 전달하기 위한 설계였다. “이 기능과 디자인이 왜 여기에 필요한가에 답할 수 있어야 한다”는 이들의 기준은, 미적 완성도를 넘어 전략적 필요성을 묻는다.

 

결국 잘 만든 웹사이트는 예쁜 결과물이 아니다. 브랜드가 실제로 일하는 방식, 돈을 버는 구조, 고객을 응대하는 흐름을 정확히 실행하는 시스템에 가깝다. 요즘 UX에서 기능은 옵션이 아니라, 비즈니스 로직을 수행하는 장치다. 그리고 그 로직을 얼마나 정교하게 해석하고 구현하느냐가 전문가의 역할을 가른다.

 





이 다섯 가지 관점은 서로 다른 영역을 다루는 듯 보이지만, 공통된 방향을 가리킨다. 과거의 UX가 화면의 완성도와 시각적 차별성에 무게를 두었다면, 지금의 UX는 ‘구조를 설계하는 능력’으로 이동하고 있다. 감각적인 인터랙션, 운영 가능한 정보 구조, 체류를 만드는 콘텐츠 흐름, 결정을 쉽게 하는 동선, 비즈니스 로직을 실행하는 기능까지. 공통점은 하나다. 화면 위가 아니라 화면 아래를 설계하는 일이다. 


제작이 쉬워진 시대, 차이를 만드는 것은 도구가 아니다. 무엇을 구현할 수 있는가보다, 무엇을 왜 구현하는가에 대한 판단이 더 중요해졌다. 잘 만든다는 것은 이제 ‘예쁜가’의 문제가 아니라 ‘잘 작동하는가’의 문제에 가깝다. 그리고 그 작동의 설계가, 브랜드의 성과를 좌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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