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고비 없이 매출 1,300% 성장, 마담주가 지켜온 신념 | On the Table : 마담주 편
2025. 07. 15
2025. 07. 15
여러분, 애플망고 좋아하세요? 샤인머스캣은요? 처음엔 이름조차 생소했던 프리미엄 과일들을 요즘은 비교적 쉽게 접할 수 있게 되었는데요. 마담주는 지금의 프리미엄 과일 트렌드를 처음 시작한 1세대 과일 선물 브랜드입니다.
마담주는 일반적인 퍼포먼스 광고에 비용을 쓰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5년 간 연 매출이 1,300% 성장했어요. 더 놀라운 건, 매출의 95% 이상이 자사몰에서 나온다는 거예요. 초기와 달리 경쟁이 치열해진 시장에서 마케팅과 플랫폼에 기대지 않고 굳건히 성장하고 있는 브랜드라니,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죠. 마담주의 황은주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 오늘의 브랜드, 마담주
인터뷰 중인 황은주 대표 ⓒ 아임웹
과일이라는 아이템에 주목한 계기가 있나요?
사실 과일은 원래 남편(윤찬수 대표)이 오래 해왔던 사업이었어요. 조각 과일을 행사, 세미나 같은 곳에 납품하는 일이었죠. 지금은 손질된 과일이 흔하지만 그땐 거의 시초였어요.
그런데 메르스 사태 이후로 행사들이 줄줄이 취소되면서 일거리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저는 원래 식품 MD로 일하다가 출산과 육아로 인해 일을 그만뒀는데, 다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 됐죠. 이미 경험이 있는 과일로 B2C 사업을 하는 게 가장 효율적이고, 리스크도 적을 것 같았어요.
원래 효율과 리스크를 신중하게 고려하는 성격인가요?
전혀요. (웃음) 오히려 평소에는 변수가 있으면 재밌다고 생각하는 편이에요. 다만 그때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상황이었고, 그러다 보니 최대한 변수가 적고 실패하지 않는 아이템이어야 했어요.
과일 선물이라는 아이템이 너무 흔하다고 생각하진 않으셨어요?
흔하지만, 명절과 같은 대목에 매출을 확실하게 낼 수 있죠. 게다가 남녀노소 큰 호불호가 없어요. 고기 안 먹는 사람은 있어도 과일 안 먹는 사람은 찾기 어렵잖아요. 저는 과일만이 가진 ‘제철’의 개념도 좋았어요. 1년에 딱 한 번 수확하는데, 그 한 번을 위해 기다린 농부의 마음, 그리고 내가 선물을 주고 싶은 사람을 떠올리는 마음이 비슷하다고 생각해요.*
*브랜드명 마담주는 ‘마음을 담아주다’라는 뜻을 담고 있다.
그런 장점에 비해 과일 선물 시장은 상당히 정체되어 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땐 과일 선물이라고 하면 전통적인 과일 바구니나, 백화점에서 사과 한 박스, 메론 한 박스 사는 게 일반적이었거든요. 패키지도 비슷비슷했고요.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어요.
당시 마담주의 차별화 요소는 뭐였어요?
고급 과일은 백화점에서 산다는 고정관념을 깨고 싶어서 ‘과일 부티크’라는 컨셉을 내세웠어요. 흔하지 않은 수입 과일과 국산 과일을 잘 믹스해서 조금씩 맛볼 수 있도록 구성하되, 마치 꽃다발을 받은 듯한 기분을 느끼게 만들어 보자. 실제로 과일 박스 안에 생화와 잎사귀를 넣었을 정도로 비주얼에 신경을 많이 썼습니다.
마담주 대표 과일 선물 세트 ⓒ 마담주
어떻게 초기 구매를 이끌어냈는지 궁금해요.
전혀 생각지 못한 지점에서 수요를 발견했어요. 사무실로 과일 찾으러 오시는 분들을 보니까 이상하게 예비 신부님들이 많은 거예요. 이거 어디 쓰실 거냐 물어보면 ‘저희 시부모님 드리려고요’라고 하시더라고요. 이 정도로 예쁘고 고급스러운 선물을 드려서라도 잘 보이고 싶은 사람들이 어떻게 보면 우리 가족보다도 ‘곧 가족이 될 사람들’이었던 거죠.
이런 수요를 캐치한 후 ‘예단 과일’이라는 단어를 직접적으로 쓰면서 점차 입소문이 나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마담주를 경험한 예비 신부와 가족들이 이후 가족 선물, 명절 선물로도 저희를 이용해 주시면서 점차 확장되더라고요.
오프라인 매장도 운영했다고 들었어요.
처음에는 마땅한 판매 채널이랄 게 없고 그냥 블로그에 과일 사진 올리고, 문자나 카카오톡으로 주문을 받았어요. 완전 수동으로요. 점차 주문이 늘고, 직접 과일을 보고 고르고 싶은 분들이 생기면서 청담에 쇼룸 형태 매장을 내게 됐습니다.
근데 주문이 200개, 300개로 늘어나면서 감당이 안 되기 시작했어요. 새벽 네 시까지 포장만 할 정도였죠. 그러다 보니 누락이나 중복 발송, 심지어 단체 주문에 이름이 잘못 적혀 나가는 치명적인 실수들이 생기더라고요. 물량이 많아지니까 제품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게 됐고요. 이때부터 자체 시스템이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던 것 같아요.
자사몰을 운영하기 시작한 건 그때부터였나요?
맞아요. 큰마음 먹고 물류 창고를 얻고, 아임웹으로 자사몰도 구축하기 시작했어요.
처음엔 생각만큼 잘 안됐어요. 3개월 동안 창고 월세는 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죠. 그때 코로나가 터진 거예요. 마침 저희는 물류 창고도, 자사몰도 준비가 되어 있었고요. 타이밍이 너무 좋았어요. 사업을 하다 보면 갑자기 어떤 상황이 생길지 모르는데, 미리 준비해 둔 덕분에 폭발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죠.
마담주 자사몰 공식 웹사이트 ⓒ 마담주
온라인에서 사업을 전개하면서 가장 크게 바뀐 점은 뭐였어요?
여러 전환점이 있었는데, 다양한 상품을 판매하게 된 게 가장 컸어요. 좀 개인적인 이야기인데요. 저는 코로나 이후 거의 5년 동안 제주도에서 지냈어요. 제가 그때쯤 둘째 아이를 출산했거든요. 코로나 때문에 첫째는 어린이집에 못 가고, 저는 출근을 못 하고, 모두가 집에 묶여 있었어요. 스트레스가 심해서 여행 겸 제주도에 잠깐 내려갔는데, 제주가 너무 좋더라고요. 바람도 쐴 수 있고, 아이들도 좋아하고. 여기서 아예 지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죠. 근데 거기서 초당 옥수수를 발견한 거예요.
초당 옥수수요?
그땐 초당 옥수수를 심은 지 한 3년 정도밖에 안 됐을 때라 사람들이 잘 모르던 때예요. 생으로 처음 먹어보고 너무 놀랐어요. ‘이건 거의 과일인데? 마담주에서 이거 못 파나?’ 그때부터 제주도에서 아예 지내면서, 농가에서 초당 옥수수를 공수해서 팔기 시작했죠. 근데 이게 매출이 너무 잘 나오는 거예요.
2020년 초당 옥수수 판매 관련 글 ⓒ 마담주
얼떨결에 카테고리가 확장됐군요. (웃음)
사실 저는 그냥 제주에 오래 있고 싶었어요. 근데 또 일을 안 하면 안 되는 성격이라서… 살펴보니 제주에 좋은 게 너무 많더라고요. 흑돼지, 옥돔, 콜라비…
물론 고민도 많이 했어요. 마담주는 브랜드인데, 아무거나 다 파는 곳처럼 보이고 싶지 않았거든요. 윤찬수 대표도 과일 가게에서 무슨 흑돼지냐고 반대했었고요. 실제로 흑돼지는 다 공수해 두고도 고민하느라 오픈까지 4개월이나 걸렸어요.
많이 고민했지만 결국 팔게 된 결정적 이유는 뭐예요?
그때가 봄이라 과일 비수기였어요. 원래 매출이 안 나오는 시즌이니까, 단골들에게 조금만이라도 팔아보자고 설득했죠. 이전에도 망고와 같은 과일은 공동 구매를 많이 진행했었거든요. 근데 막상 오픈하니까 반응이 폭발적인 거예요. 단순히 판매량보다, 계속 제주도에서 맛있는 것들 팔아달라고 하는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이건 되겠다고 생각했어요.
MD 출신이시잖아요. 상품을 보는 눈이 한몫하셨을 것 같아요.
물론 상품도 좋았지만, 스토리가 더 좋았다고 생각해요. 코로나 때 여행은커녕 바깥을 돌아다니기도 힘들었잖아요. 제주에서만 볼 수 있는 특산물을 소개하고 직접 공수해서 보내주는 일이 당시 사람들의 니즈와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부지런히 농가의 사진과 영상을 올리고, 제주에서의 실제로 있었던 이야기를 함께 풀어냈어요.
‘사장님, 제주도에 계속 계시면 안 돼요? 이렇게라도 맛있는 것 먹고 싶어요.’ ‘제가 제주도 여행 다녀온 것 같아서 너무 재밌어요.’ 이런 반응을 보면서 더 열심히 소통하게 되더라고요. 그때 기억이 지금까지도 저희 고객들에게 강렬한 기억으로 남아 있는 것 같아요.
당시 제주도 초당 옥수수, 단호박 판매 관련 콘텐츠 ⓒ 마담주
매출도 크게 늘었지만, 재구매율이 무척 높더라고요.
2022년 기준으로 재구매율이 66%였어요. 업계 분들이 다들 깜짝 놀라시더라고요. 믿고 구매해 주시는 분들에게 정말 감사하죠. 저희는 고객님들이라고 하지 않고, ‘마담주민’, 주민들이라는 애칭으로 부르고 있어요. 반대로 주민들은 저를 ‘과일대장’이라고 불러주세요.
과일 대장님과 마담주민들과의 관계가 정말 끈끈해 보여요.
저만큼이나 과일을 진심으로 즐기는 분들이에요. 제철의 과일과 맛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를 나누죠. 그게 마담주의 정체성과도 연결돼요.
솔직히 말하면, 사업 측면에서 과일보다는 정육, 수산이 훨씬 효율적인 아이템이에요. 냉장, 냉동으로 보관과 판매 기간을 길게 가져갈 수 있거든요. 근데 과일은 ‘얄짤’ 없어요. 일주일 안에 못 팔면 무조건 폐기죠. 그런데도 과일을 포기하지 못하는 건, 과일만이 주는 짜릿함이 있기 때문이에요. 과일은 그 계절에만 느낄 수 있는 정취를 잘 담고 있고, 언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것들도 너무 많아서 즐거워요.
과일을 어떻게 설명하시는지 궁금해요.
저는 과일을 설명할 때 계절에 관한 이야기를 많이 하고, 다양하고 입체적인 표현을 쓰려고 노력해요. ‘지금 먹어야 초여름 맛을 느낄 수 있어요’ 이런 식으로요.
요즘은 과일을 브릭스(당도의 단위)로 표현하는데, 사실 저는 그 표현을 좋아하지 않아요. 과일은 당도가 아니라 '당도와 산도의 밸런스'가 중요하거든요. 과일을 먹어보면 그냥 달기만 한 과일은 끝맛이 맹해요. 당도가 높으면서 산도가 뒤에서 쳐주는 맛이 있어야 ‘상큼하고 맛있다’라고 느껴지죠. 와인이나 향수처럼, 과일도 지금보다 더 다양하게 표현하고 즐길 수 있다고 생각해요.
물론 이런 커뮤니케이션을 좋아하지 않는 분들도 있어요. ‘뭐 그렇게 장황하게 설명하냐, 자두가 자두 맛이지 무슨…’ 인스타그램에서 이런 DM을 보내는 분들도 있고요.
그런 분들에게는 어떻게 대응하세요?
그렇게 뾰족하게 질문을 해주시는 분들이 어떤 면에서는 더 감사해요. 그것도 다 관심이잖아요. 그래서 열심히 답변을 적어서 공유합니다. (웃음)
옛말에 ‘비 맞은 수박은 맛이 없다’라는 말이 있어요. 한 번은 저희가 여름 장마철에 수박 판매를 오픈했는데, 장마철 수박이 어떻게 맛있냐고 불만 섞인 질문이 들어오는 거예요. 근데 저희는 사전에 장마철에 판매할 양까지 다 매입을 해두거든요. 이걸 모르면 제가 거짓말을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는 거죠. 이럴 때 솔직하게 소통하면서, 저희의 일하는 방식과 과일에 대한 정보를 공유했어요. 그런 과정이 자연스럽게 마케팅이 됐고, 마담주민들과의 관계를 만들어 나가는 데 큰 도움이 되었죠.
인스타그램을 통한 마담주민들과의 소통 ⓒ 마담주
퍼포먼스 광고나 바이럴 마케팅 비용을 전혀 쓰지 않는다는 점에도 놀랐어요.
저희는 원가율이 60% 이상으로 높은 편이에요. 그래서 마케팅에 비용을 쓰기보다는 무조건 품질에 올인하기로 했어요. 그게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진짜 비결이라고 생각합니다.
비슷한 예로, 마담주는 사전 예약 판매를 거의 하지 않아요. 사전 판매로 돈이 미리 들어오면 아무래도 안정적인 운영이 가능하겠죠. 하지만 수확한 과일의 품질을 아직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고객의 주문을 미리 받을 수 없다는 게 저희 생각이에요. 품질에 대한 신념만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지키려고 하죠.
말처럼 쉽지 않았을 텐데, 그런 신념을 고객분들도 알아봐 주시는군요.
알아봐 주신다고 믿고 있고, 실제 성과로도 나타난다고 생각해요. 예전과 달리 지금은 프리미엄 과일이나 선물을 판매하는 경쟁 업체가 많아졌잖아요. 그런데도 저희 매출은 계속 성장해왔고, 다른 플랫폼이 아니라 자사몰에서 매출의 95% 이상이 나오고 있어요.
어떻게 자사몰만으로 이만큼 매출을 낼 수 있었나요?
자사몰에서 특별히 이벤트를 많이 하거나 엄청난 혜택을 드리는 건 아니에요. 대신 30만 원부터 200만 원까지 선결제하면 추가 적립금 혜택을 드리는 ‘정액권’을 판매하는데, 이걸로 구매하시는 주민분들의 충성도가 특히 높아요. 정액권을 구매하시는 분들은 특정 상품이 아니라 마담주에 대한 신뢰 그 자체를 구매해 주시는 거예요. 저희의 진심을 알아주시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담주 자사몰에서 판매 중인 정액권 ⓒ 마담주
최근에는 온푸(Onfu)라는 손질 과일 브랜드도 선보였어요.
온푸는 단순한 세컨드 브랜드가 아니라, ‘과일을 끝까지 가치 있게 활용하는 구조’를 완성하는 마지막 단계였어요.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과일은 원가가 굉장히 높은 데다가 판매 기간도 짧아요. 일주일만 지나도 썩어서 다 버려야 할 때 정말 고통스럽거든요. 이걸 그냥 폐기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을 오랫동안 고민했습니다.
해외에서 직접 과일을 수입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프리미엄 원물을 판매하고, 이제 버리는 것 없이 과일을 가치 있게 활용할 수 있게 됐죠. 저희의 지향점을 반영한 건강한 사이클이 만들어진 거예요. 이 구조만 만들면 우리가 계속 갈 수 있겠다는 확신이 있었어요.
온푸 공식 웹사이트 및 대표 제품 '톡티'
당장 눈앞의 성과보다 더 큰 그림을 보신 거네요.
지금까지 마담주를 통해 배운 게 있다면, ‘편법을 쓰지 않으면 언젠가는 매출로 이어진다’라는 믿음이에요. 당장은 아니더라도 언젠가 반드시 결과로 나와요. 그래서 저희가 생각하는 사업의 구조부터 만드는 게 더 중요하다고 봤어요. 이 구조가 안정적으로 굴러가기만 한다면, 매출은 따라올 테니까요.
대표님이 생각하는 마담주의 다음 스텝이 궁금해지네요.
일단 올해는 새로 론칭한 온푸에 집중하겠지만, 좀 더 장기적으로는 과일로 문화 사업을 해보고 싶어요.
아이들과 제주도에서 지낼 때, 자연에서 노는 시간이 그 어떤 경험보다 값지고 소중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도시에서는 손에 흙 조금 묻히는 것도 싫어하던 아이가 하루 종일 바닷가에서 개미랑 놀고, 토마토를 전혀 안 먹던 아이가 ‘내가 딴 토마토 먹을래’ 이런 말도 하거든요. 이런 문화 체험은 지역 농가 상생에도 크게 도움이 될 거고요. 과일을 매개로 할 수 있는 재미있는 것들이 정말 많을 것 같아요. 차차 해나가야죠.
인터뷰 중인 황은주 대표 ⓒ 아임웹
마담주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 대화 끝에 마음속에 남은 창업자의 문장들을 정리해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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