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구매율 45% 패션 브랜드, ‘근본’부터 바꾼 이유 | On the Table : 해브해드 편
2025. 06. 11
2025. 06. 11
SNS 피드를 내리다 한 이미지에 눈길이 머물렀어요. 평범한 동네 서점, 편안한 옷차림으로 유심히 책을 보는 사람. 옷 광고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건 조금 후였습니다. 화려한 모델이나 스타일링을 강조하는 보통의 쇼핑몰과는 느낌이 달랐거든요. 자연스럽지만 묘하게 눈길을 끄는 화보 한 컷, 해브해드와의 첫 만남이었습니다.
해브해드는 변곡점이 많은 브랜드입니다. 2016년 패션 관련 IT 스타트업으로 시작했고, 직접 고른 디자인의 옷을 맞춤 생산하는 ‘조립식 패션’ 브랜드를 론칭하여 크게 주목받았어요. 2020년 이후에는 맞춤 생산이라는 방식을 내려놓고 지금의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2024년 매출 50억을 기록했고, 올해 매출은 100억을 바라보고 있죠.
해브해드가 시작된 지 10년. 이승환 대표는 최근에서야 사업을 지속할 수 있는 나름의 공식을 찾았다고 말합니다. 수많은 도전과 변화 끝에 지금의 성장세에 이르기까지, 해브해드가 겪은 10년의 시간을 직접 들어봤습니다.
🍽️ 오늘의 브랜드, 해브해드(havehad)
두 분은 친구이자 공동 창업자시죠. 어떻게 창업을 시작했나요?
이승환 대표 | 저희끼리는 농담으로 그래요. ‘자연재해 당하듯 시작했다’고. (웃음) 대학생 때 인턴을 하던 기업의 창업 공모전이 있어서 가벼운 마음으로 참여했는데, 덜컥 당선되면서 얼떨결에 시작하게 됐어요.
구윤모 디렉터 | 저는 이승환 대표와 같은 학교에서 디자인을 전공했는데, 제품 디자인이나 공모전에 관심이 많아서 같이 하게 됐어요. 처음에는 패션 브랜드가 아니라 의류 사이즈를 추천하는 기술을 제공하는 IT 회사였습니다. 바로 투자도 받고, 팀원도 생기고… 그러면서 책임감이 생겨가지고 여기까지 오게 됐네요.
IT 회사로 시작했는데, 어떻게 패션 브랜드를 만들게 된 거예요?
이승환 대표 | 창업 초기에 운 좋게 규모 있는 클라이언트들과 바로 계약을 맺을 수 있었어요. 그런데 막상 본격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려 하니, 예상처럼 일이 잘 풀리지 않았죠. 왜 그런지 들여다보니, 저희가 패션 업계에 대한 이해가 너무 얕았던 거예요. 하나의 기업이라고 해도 그 안에는 오프라인 매장 운영팀, 온라인 사업팀, 디지털 마케팅팀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가 있고, 각자의 맥락과 니즈가 다르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그걸 단순히 ‘고객’이라는 하나의 대상으로만 보고 접근했던 거죠. 당연히 개발 방향도 계속 어긋날 수밖에 없었고요. 결국 고객과 시장을 더 깊이 이해하려면 기술만 붙들고 있을 게 아니라, 우리 스스로 이 업을 직접 해보는 수밖에 없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어요. 그렇게 브랜드를 시작했는데 의외로 이쪽이 저희에게 더 잘 맞았고, 더 오래 할 수 있는 일이라는 확신도 생겼습니다.
어떤 점에서 그렇게 느끼셨어요?
이승환 대표 | 창업 후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패션과 IT’라는 애매한 경계선에 놓여 있었는데요. 시간이 지날수록 저희가 남이 만든 무언가를 옮기기보단, 직접 만들고 기획하는 데 더 큰 흥미와 에너지를 느낀다는 걸 알게 됐어요. 패션이라는 도메인 안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유의미한 역할도 ‘연결’이나 ‘플랫폼’보다는 ‘생산’과 ‘콘텐츠’ 쪽에 더 가까웠고요. IT 업의 본질은 다양한 주체를 연결하고, 여러 이해관계자의 수요를 파악해 적절히 공급하는 데 있잖아요. 그런데 저희는 하고 싶은 이야기와 메시지를 기획하고, 그걸 직접 만들어 전달하는 데서 더 큰 의미를 느끼는 팀이었어요. 결국 두 사업을 병행하다가 1년쯤 지나고 나서는, ‘이제는 브랜드에 집중하자’는 결정을 내리게 됐죠.
해브해드는 ‘조립식 패션’이라는 독특한 방식으로 시작했어요.
이승환 대표 | 고객이 옷의 소재, 디자인 등을 직접 선택하면 저희가 그대로 생산하고 배송하는 방식이었어요. 말씀드린 것처럼 저희가 메이커 성향이 강한 사람들이라서 제일 먼저 눈에 띄었던 게 옷 생산 과정에서의 낭비와 비효율성이었거든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희가 패션 산업을 잘 모르다 보니, 업계의 현실적인 제약을 무조건 ‘문제’로 규정짓고 섣불리 해결하겠다고 나섰던 것 같기도 해요. 어쨌든 그때는 판매될 수 있는 양만 생산하면서도 퀄리티와 만족도를 높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실험해보고 싶었습니다.
구윤모 디렉터 | '해브해드'라는 이름도 그때의 컨셉에서 나온 이름이에요. ‘have had’는 영어 단어 ‘have’의 과거분사형인데, 이런 맞춤형 옷이라면 새로 구입했어도 ‘과거부터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던’ 옷처럼 느껴진다는 뜻이었죠. 지금은 그때의 의미와는 좀 멀어졌지만요.
초기 반응이 폭발적이었다고 들었는데, 어느 정도였나요?
이승환 대표 | 크라우드 펀딩으로 시작했는데, 반응이 엄청 좋았어요. 그때만 해도 아직 초기 플랫폼이었던 29cm에서 바로 판매하기도 했고, 자사몰도 처음부터 방문자 수가 많은 편이었죠. 광고를 따로 돌리지 않아도 팔로우가 2만 명씩 늘고, 제품 출시하기 전에 설문조사만 해도 3천 명의 고객분들이 참여해 주실 정도였으니까요. 초기부터 브랜드의 팬덤이 생긴 거예요. 업계에서도 저희 시도를 신선하게 봐주시고 많이 다뤄주시더라고요.
그렇게 많은 관심을 받았지만, 실제 운영은 쉽지 않았던 것 같아요.
이승환 대표 | 공급과 수요를 안정적으로 가져갈 수가 없었어요. 한 번은 저희가 신제품을 출시했는데, 몇 시간 만에 갑자기 매출 1억을 찍은 거예요. 광고도 안 하고 아무것도 안 했는데. 좋은 게 아니라 너무 무서워서 판매를 바로 중단했어요. 저희는 당장 그만큼 만들어낼 수가 없으니까요. 많이 팔려도 문제, 적게 팔려도 문제였어요.
또 당시 로켓 배송 같은 시스템이 막 시작되면서,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하루 안에 배송되는 그런 세상으로 넘어가고 있었거든요. 근데 저희 조립식 옷은 주문부터 배송까지 2주가 걸렸어요. 문제는 그렇게 기다렸는데 잘못 만들어진 옷을 받는 고객들이 생긴다는 거예요. 불량률 2%라고 하면, 숫자만 봤을 때는 ‘그 정도면 괜찮지 않나?’ 싶잖아요. 근데 실제로 100명 중에 2명이 불량품을 받고, 그분들은 2주를 기다렸는데도 잘못된 옷을 받아서 2주를 또 기다려야 되는 거예요. 오래 기다리고 많이 기대하는 만큼 고객의 불만도 커지는 거죠.
그중에서도 제일 힘든 일은 뭐였어요?
구윤모 디렉터 | 아무래도 제일 힘든 건 생산 인력 관리였어요. 저희가 직접 봉제 공장을 운영했거든요. 그런데 공장 쪽이 워낙 영세하고 세대교체도 잘 안되다 보니, 정말 말 그대로 별일이 다 있어요. 도박 빚 때문에 재단사가 도망가서 생산을 못 한 적도 있고, 일하는 봉제사 아주머니들 싸움이 나서 말리러 가기도 하고…
그건 정말 생각지도 못한 일이네요.
구윤모 디렉터 | 그때 저희 하루 일과가 어땠냐면요. 한 5시쯤 되면 갑자기 봉제사 분들이 와서 ‘이 아줌마가 나한테 일감을 덜 준다’ 뭐 이런 이야기를 해요. 그러면 저희가 하소연 들어주고, 중재하고 그러는 거예요.
이승환 대표 | 너무 문제만 말한 것 같긴 한데… 아무튼 핵심은 ‘너무 힘들었다’가 아니고, 저희가 컨트롤할 수 없는 부분들 때문에 결국 고객과의 약속을 지키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어요. 이건 브랜드 신뢰도와 직결되는 문제였죠.
그런 일들을 겪으면서 조립식 생산 방식은 지속할 수 없다고 판단했군요.
이승환 대표 | 맞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 ‘양적 성장이 질적 성장을 만든다’라는 깨달음이 크게 작용했어요.
봉제는 정말 노동집약적인 산업이에요. 공장이라는 말을 들으면 마치 기계가 자동으로 만들어 주는 거 같지만, 실제로는 다 사람이 하거든요. 그래서 아까 이야기한 것처럼 인력이 컨트롤 되는 게 일단 중요하고요. 그리고 물량이 정말 중요해요. 각기 다른 옷 100벌 만드는 것보다, 똑같은 옷을 10벌 만드는 게 더 속도도 빠르고 퀄리티도 좋게 나와요. 어느 정도 물량이 보장되어야 품질도 보장되는 구조를 직접 경험하다 보니, 무조건 양적 성장부터 해야 한다는 걸 몸소 깨달은 거죠. 어떻게 보면 당연한 업계 상식이지만, 저희는 그 상식을 뒤집어 보려고 정말 많은 것들을 시도하고 겪으면서 도달한 결론이에요.
그래도 지금까지 해온 것들이 있는데, 결정이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구윤모 디렉터 | 그때는 ‘조립하는 옷’이 뭐랄까, 저희의 코어(Core)라고 생각했어요. 해브해드라는 이름부터 제품, 브랜딩, 마케팅, 모든 게 거기에 맞춰져 있었는데 다 버려야 한다는 게 너무 괴로웠죠. 한 번에 바꿨다기보다는 단계별로 조금씩 변화했던 것 같아요. 100% 커스텀 대신 어느 정도 선택지를 만들어서 경우의 수를 줄여보기도 하고, 정기구독 모델도 해보고, 고객들에게 미리 설문을 받아서 그 결과물을 생산하기도 하고… 많은 시도를 했는데, 결국 근본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결론을 내렸죠.
그때의 실패를 돌아보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궁금해요.
구윤모 디렉터 | 조립식 패션은 정말 이 산업을 잘 모르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생각이었어요. 만약 저희가 패션을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들이었다면 조립하는 셔츠 같은 건 애초에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아예 생각 자체를 못했을 거예요. 그래서 오히려 그런 배경과 경험이 저희한테 도움이 되었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이 있었기에 저희 브랜드를 신선하게 생각해 주시는 분들이 있었고, 초기 팬덤도 생겼던 거니까요.
이승환 대표 | 어떤 브랜드든 코어가 있어야 하잖아요. 그게 창업자의 스토리가 되었든, 오랜 시간 쌓아온 헤리티지(Heritage)가 되었든, 그 핵심에서 시작해서 점차 살이 붙으면서 브랜드가 만들어져요. 저희는 그때 했던 여러 실험과 시도들이 저희의 진짜 코어가 된 것 같아요. 힘들었지만 충분히 의미 있었다고 생각해요.
해브해드의 방향성이 바뀐 시점은 2020년 말이었어요. 5년 동안 어떤 변화들이 있었나요?
이승환 대표 | 저는 예측 가능성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예측 가능한 성장 공식을 반복적으로 수행할 때 사업의 규모가 점점 커지죠. 지난 5년은 이러한 성장 공식을 만들기 위해서 내실을 다지는 시간이었습니다. 예측이 가능한 사업 구조를 만들고, 고객과의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브랜드가 되고자 노력했어요.
구체적으로 어떤 건가요?
이승환 대표 | 저희가 가장 특이한 점은 시즌 단위로 움직이지 않는다는 거예요. 보통 패션 브랜드는 SS(봄-여름), FW(가을-겨울) 시즌 단위로 움직이잖아요. 저희는 매월 제품을 출시하고, 고객 반응에 따라 마케팅 전략이나 광고비를 조정하는 형태로 운영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제품이 출시되면 매주 촬영을 진행하면서 썸네일, 상세페이지, 광고 이미지를 계속 바꿔보며 일종의 a/b 테스트를 합니다. 동시에 판매량과 재고 데이터를 2시간 간격으로 확인하면서,
이런 방식의 의사결정을 통해 평균 ROAS(광고 수익률)를 유지하고 있어요. 이 과정을 지난 5년간 반복하며 제품 출시부터 재고 관리까지 이어지는 예측 가능한 재무 모델을 구축했고, 그제서야 ‘우리 브랜드가 어느 정도 궤도에 올랐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패션 브랜드에서 a/b 테스트를 한다는 점이 신기해요.
이승환 대표 | 초반엔 정말 막막했어요. 참고할 만한 기존 전략이나 매뉴얼도 없고, 주변 브랜드 대표님들을 만나 조언을 구해봐도 딱히 정답은 없었어요. 대신 자주 들은 말이 있었죠. ‘집에 돈이 많거나, 친구 중에 연예인이 있거나, 가족이 공장을 해야 브랜드가 된다.’ 처음엔 씁쓸했지만, 이 말을 곱씹어 보니 오히려 중요한 힌트가 됐어요. 세 가지 조건 모두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준다는 공통점이 있었던 거죠.
그제서야 패션이 본질적으로 ‘흥행 산업’에 가깝다는 걸 체감하게 됐습니다. 정교한 전략과 개선만으로는 부족하고, 갑자기 성공하는 경우도 많으니까요. 결국 진짜 중요한 건 ‘여러 번 시도할 수 있는 재무 구조’를 만드는 일이었고, 그게 저희의 핵심 과제가 됐습니다.
이런 과정에서 자사몰이 큰 역할을 했던 것 같아요. 처음부터 지금까지, 해브해드는 빠르게 실험하고 고객의 반응을 바로 확인할 수 있는 자사몰을 중심으로 브랜드를 키워왔는데요. 아임웹을 선택한 이유도 저희의 의도에 맞게 직접 수정과 커스터마이징이 가능하다는 점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매출의 절반 이상이 자사몰에서 나오고, 외부 채널 의존도가 굉장히 낮은 편이에요.
룩북을 매주 촬영하는 게 부담되거나 힘들지는 않나요?
구윤모 디렉터 | 대부분 브랜드가 시즌마다 컨셉을 정하고, 한 번에 예산을 크게 들인 대규모의 촬영을 진행하잖아요. 근데 저희는 ‘좋은 컨셉, 좋은 모델의 기준이 정말 절대적인가?’에 대한 의문이 있었어요. 오히려 자주,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하고 조정하는 접근이 저희에게 더 잘 맞는다고 판단했습니다. 저희 룩북은 컨셉보다는 흐름 중심이고, 완성보다는 꾸준한 기록에 가까워요.
그리고 시즌마다 촬영이 딱 한 번이라면, 그 한 번에 모든 것이 달려 있잖아요. 저희는 매주 영혼을 갈아 넣는 만큼 기획을 할 필요는 없어요. 만약 이번 주 촬영이 잘 안됐어요. 그럼 다음 주에 제대로 찍으면 돼요. 오히려 그런 리스크 차원에서 방어가 되죠.
방향성이 크게 바뀌었는데, 초기 팬분들 중 불만을 가지는 분들은 없었나요?
이승환 대표 | 불만이 있는 분들은 보통 말없이 떠나시죠. (웃음) 그런데 생각보다 많은 분들이 떠나지 않았던 것 같아요. 지금은 전체 매출이 늘면서 비율이 좀 줄었지만, 그때는 저희 브랜드의 재구매율이 45% 가까이 됐어요. 패션 브랜드의 재구매율이 45%라는 건 정말 높은 거거든요.
어쩌면 초기 팬분들은 조립식 옷 자체보다 저희 브랜드와 콘텐츠 자체를 좋아했던 분들이었을지도 모르겠어요. 그분들은 꼭 커스텀 생산 방식이 아니더라도 저희를 신뢰하고 구매해 주시는 분들 아니었을까, 그럼 (빨리 방향을 바꿔서) 그분들에게 더 좋은 퀄리티의 옷을 더 빨리 전달해 드리는 게 좋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도 들어요.
그럼 지금의 해브해드는 어떤 브랜드라고 정의할 수 있을까요?
구윤모 디렉터 | 많은 변화를 겪었지만, 브랜드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한 번도 변한 적이 없었어요. 한 문장으로 하면 ‘도시의 일상을 균형 있게 살아가는 사람들을 위한 라이프 스타일 브랜드’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도시에서 균형 있게 산다는 건 어떤 의미일까요?
이승환 대표 | 보통 도시라고 하면 여의도나 판교에서 출퇴근하고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을 떠올리잖아요. 그런데 저희가 생각하는 도시는 굉장히 일상적인 공간이고, 소소한 일상 속 다양한 것들을 발견하는 삶을 담고 싶어요. 퇴근하는 길에 동네 빵집에서 고소한 향기가 나서 홀린 듯이 빵을 사 가는 날, 작은 식물을 돌보는 날, 한강에서 친구랑 자전거를 타는 날처럼. 그런데 생각해 보면 그런 날들이 1년 중 진짜 몇 번 안 돼요. 반복적인 일과에 치이다 보면 너무 피곤하니까 배달 앱으로 대충 밥 시켜 먹으면서 넷플릭스 보게 되잖아요. 그게 무조건 나쁜 건 아니지만 균형 있게 산다는 느낌은 아니죠. 저희는 서울에서 일상을 다양하게 즐기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어요. 사람들이 해브해드를 봤을 때 ‘오늘은 친구랑 같이 경복궁 돌담길에서 자전거를 타야겠다’, ‘이번 주말에는 한강 공원에 가서 좀 누워 있어야겠다’처럼, 뭔가를 하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으면 좋겠어요.
구윤모 디렉터 | 2024년에는 음악, 공간, 커피를 테마로 하는 ‘스테레오포닉 사운드’라는 브랜드를 론칭했어요. 역시 비슷한 맥락에서 시작한 거예요. 도시 생활에서 커피와 음악은 정말 빼놓을 수 없잖아요. 옷이라는 카테고리에만 머무르는 게 아니라, 우리가 도시에서 살아가며 경험하는 다양한 요소와 취향을 브랜드에 반영하고 싶어요. 장기적으로는 사람들이 도시에서 더 풍요롭고 균형 잡힌 일상을 경험할 수 있도록 돕는 감도 높은 라이프스타일 브랜드로 자리 잡고 싶습니다.
음악과 커피, 역시 새로운 도전인 셈인데요. 이것도 예측 가능성과 안정성을 만들어갈 수 있을까요?
이승환 대표 | 우리나라의 패션 브랜드는 유럽처럼 엄청난 역사와 헤리티지가 있지는 않잖아요. 그래서 의류라는 한정된 범위에만 있으면 도태될 수 있어요. 지난 5년간 해브해드는 안정성을 만들 수 있는 하나의 프레임워크를 찾았지만, 딱 하나의 프레임워크만 가지고 있으면 사업은 언젠가 도태됩니다. 그런 프레임워크를 몇 가지 더 만들어 나가야 해요.
저희는 새로운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중이에요. 해브해드는 마케팅 로아스를 기준으로 성장했다면, 스테레오포닉사운드는 광고비 지출 없이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다양한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성장하는 정반대의 접근을 시도하고 있어요. 저는 정말 오래 일하고 싶거든요. 그러려면 필연적으로 라이프 스타일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확장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일하고 싶어서 확장한다는 말이 인상적이네요.
이승환 대표 | 저는 가능한 오래, 죽기 전날까지도 일하고 싶어요. 삶에서 주는 다른 어떤 만족감보다 루틴하게 일하는 만족감, 일에서 오는 성취감이 더 크거든요. 얼떨결에 시작하긴 했지만 어쨌든 창업을 한 이유, 지금 브랜드를 키우고 확장하는 이유도 오래 일하고 싶어서예요.
오래 가는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구윤모 디렉터 | 최근까지는 사업의 내실을 다지는 데 집중했다면, 올해 하반기부터는 품목을 더 늘리고 제품의 라인업을 체계적으로 가져가려고 해요. ‘스탠다드 라인’, ‘오피스 라인’처럼요.
콘텐츠 측면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해볼 계획이에요. 앞으로는 사진 외 영상 콘텐츠부터 고객과 깊이 있게 교류하는 콘텐츠까지, 다양하게 시도할 것 같아요. 예전에 맞춤 생산 방식일 때는 고객분들과의 상호작용을 통해서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오는 쾌감이 정말 컸거든요. 그 부분을 다시 경험할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을 고민 중입니다. 스테레오포닉사운드 같은 오프라인 공간을 통해서 만들어갈 수도 있고요.
마지막으로, 해브해드를 통해 이루고 싶은 개인적인 목표도 있을까요?
이승환 대표 | 원래 저는 실리콘 밸리에서 일하는 PM이 되고 싶었어요. 사람들의 문제를 해결해서 큰 임팩트를 주는 제품을 만들고 싶었거든요. 그런데 이제는 사람들의 일상에 자연스럽게 스며드는 브랜드를 만들고 싶어요. 누군가의 일상 속 한 부분이 되고, 생활에 새로운 영감을 준다는 게 정말 의미 있다고 생각해요. 그런 브랜드로 오래도록 남아서, 나중에 저희 손자손녀까지도 입고 쓸 수 있는 브랜드가 되는 것이 유일한 꿈이에요.
해브해드의 이야기, 재밌게 읽으셨나요?
오늘 대화 끝에 마음속에 남은 창업자의 문장들을 정리해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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