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을수록 단단해지는 사이 - 사이에 포터리

2025. 0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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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에 포터리> 김민지, 이미옥 대표



포털에 ‘동업’을 검색하면 가장 먼저 나오는 단어가 ‘동업 계약서’고, 다음으로 ‘동업해지계약서’가 나옵니다. 마음이 맞는 가까운 사람과 일을 도모할 때는 성공적인 나날들만 기대하지만, 끝까지 조화롭게 운영되는 경우를 쉽게 찾아보기는 어렵죠. 그래서 ‘친구와도, 가족과도 동업하지 말라’는 말이 흔하게 사용되는데요. 하지만 그 금기를 깨고, 누구보다 긴밀하게 호흡을 맞추며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모녀가 있습니다.

대구에 위치한 세라믹 스튜디오 사이에 포터리(Saie Pottery)는 2015년 작은 공방에서 시작해 이제는 크래프츠(Saie Crafts), 라엔살라다(La Ensalada), 로지 그로브(Rosie Gorve)까지 서브 레이블을 확장하며 모녀만의 감각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1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함께 브랜드를 만들어온 딸과 어머니. 김민지, 이미옥 대표를 만나보았습니다.


브랜드 한 겹: 엄마와 딸 사이에 시작한 일

이름만 보면 다소 낯설 수도 있는 ‘사이에’라는 이름은 딸인 김민지 대표가 직접 지었습니다. 브랜드를 시작할 때, 엄마와 딸이 운영하는 만큼 모녀의 ‘사이에’ 뭐가 놓였는지 나열을 해봤다고 해요. 비슷한 점도 있고, 아예 다른 점들도 있었죠. 많은 키워드를 하나로 종합할 단어를 찾다가 서로의 차이가 뒤섞이고, 함께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본질을 생각해 냈죠. 자연스럽게 둘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도기를 뜻하는 ‘사이에 포터리’로 정했다고 합니다.

어머니인 이미옥 대표는 처음부터 도예를 업으로 삼을 생각은 없었다고 합니다. 원래부터 손으로 무언가를 만드는 걸 좋아해 취미로 도예를 시작했지만, 자녀를 다 키우고 대학까지 보낸 뒤에는 본격적으로 도자기를 배워 결국 대학원까지 가게 되었죠. 국제 경영을 전공한 김민지 대표는 졸업 후 여러 가지 경험을 해보고 싶었는데, 다양한 것을 시도해 보던 중에 어머니께 도자기를 배웠대요.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경험은 평면적이었지만, 도자기는 입체적으로 어떤 형상을 빚어내는 것은 전혀 다른 감각의 예술이었어요. 흙을 만지고, 형태를 만들고, 불에 구워내는 과정이 새로워 그 흥미가 더욱 깊어졌다고 합니다.

브랜드 두 겹: 사이에 포터리만의 모양을 찾아가기까지

처음부터 브랜드를 만들 계획이 있었던 건 아니었습니다. 작업실 겸 공방으로 시작해 2년간 수강생을 받으며 다양한 실험을 거듭했죠. 그러던 중 공간을 확장하면서 ‘사이에 포터리’라는 이름과 함께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습니다. 브랜드로 성장하는 과정에서 정체성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고 하는데요. 두 대표 모두, 한 가지 스타일만 고집하는 게 아니라, 새로운 기법을 끝까지 탐구하는 성향 때문에 작업 스타일이 무척 다양했어요. 처음에는 통일성이 부족할 수 있다는 생각에 고민이 많았지만, 결국 다른 스타일이 공존할 수 있는 건 함께하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고, 그렇게 '사이에 포터리'만의 색깔을 만들어 나갔습니다.

함께 일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예상치 못한 충돌이었는데요. 화목했던 가족 관계였음에도 불구하고, 처음 2년 동안에는 어머니인 이미옥 대표가 "딸을 호적에서 파버리고 싶다"고 할 정도로 많이 싸웠대요. 김민지 대표가 장녀로서 부모님 뜻을 거스른 적이 별로 없었기에 더 크게 부딪치게 되었죠. 성격적인 부분에서도 김민지 대표는 화가 나면 끝까지 타올라야 풀리는 스타일인데, 이미옥 대표는 한없이 차가워진대요. 싸우는 타이밍이 안 맞다 보니 계속 싸우게 되었는데, 특히 브랜드 초기에는 혈기 왕성했던 것도 있고, 서로의 작업 방식을 촌스럽게 생각하기도 했대요. 그래도 10년을 함께한 끝에, 지금은 서로 조율이 많이 돼서 말을 하지 않아도 서로의 의도를 이해하는 단계까지 오게 되었어요.

브랜드 세 겹: 결국, 삶을 함께 빚어가는 것

가족이라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계속하게 하는 이유도 ‘가족’이었습니다. 사업을 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건 대표님들의 남편이자 아버지의 반대였다고 하는데요. 딸이 좋은 직장을 얻어 안정적인 삶을 살길 바라는 마음이 있었대요. 하지만, 도예에 진심인 이미옥 대표가 사업이 성향과 맞지 않는다는 걸 깨달았는데, 다행히 딸인 김민지 대표가 국제경영을 전공했기 때문에 운영을 도맡았고요. 시간이 지나고 브랜드가 성장하면서 반대했던 가족들도 묵묵히 힘을 보태기 시작했습니다.

김민지 대표는 말합니다. 언젠가는 브랜드의 방향성이 지금과는 달라질 수 있지만, 엄마와 함께하지 않는 것은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요. 의견이 합치되지 않아 싸우는 순간도 많았지만, 돌이켜보면 어머니께 배울 점이 많아 의지를 했던 것 같았다고 해요. 이미옥 대표 또한 피 터지게 싸워도, 돌아서면 뒤끝 없이 잘 지내는 딸과 계속하고 싶다고 합니다. 도자기가 불 속에서 형태를 갖추면서 더욱 단단해지듯, 사이에 포터리도 부딪히고 다듬어지며 더욱 단단한 과정을 거쳐온 것이겠죠. 앞으로 두 사람의 손끝에서 만들어질 더욱 새로운 사이가 기대됩니다.

사이에 포터리의 더 많은 이야기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만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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