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스윙할 수 있는 세상을 꿈꾸며 - 사운즈굿
2024. 11. 26
2024. 11. 26
“Ella, How do you explain to people “what jazz is”
“Well, I only way I can think of I have a way maybe we could try um…
197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멜 토메(Mel Tormé)가 엘라 피츠제럴드(Ella Fitzgerald)에게 “재즈가 뭐라고 생각하세요?”라고 질문합니다. 엘라 피츠제럴드는 “음..이렇게 말 할 수 있을 것 같아요”라고 이야기하며 즉흥으로 스캣*을 펼치죠. 루이 암스트롱은 ‘재즈가 무엇이냐’는 질문에, “당신이 재즈가 무엇이냐고 물어보아야 하는 사람이라면, 당신은 재즈를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라는 답변을 하기도 했어요. 대체 재즈란 뭘까요?
*스캣: 의미가 없는 음절을 가지고 즉흥적으로 노래하는 미국의 재즈 창법.
뭐라 설명할 순 없지만 엄청난 매력의 재즈에 빠진 두 사람이 있습니다. 다니던 회사를 그만 두고 재즈를 메인 콘셉으로 만든 라이프스타일 스토어를 만들었죠. 국내외 다양한 재즈, 소울, 펑크, 디스코 등의 레코드(LP)와 자체 제작한 굿즈를 소개하는 사운즈굿의 김준오, 정덕환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습니다.
정덕환, 김준오 대표는 원래 회사 동료였습니다. 함께 패션 회사를 다니며 재즈 음악과 LP에 많은 관심을 공유하며 친하게 지냈어요. ‘무언가 같이 해보면 재밌겠다’해서 무작정 브랜드를 시작했는데요. 정덕환 대표는 “함께 하는 형(김준오 대표)은 생각이 많았을 것 같은데, 저는 좀 생각이 없었던 것 같아요!” 라며 장난스레 사운즈굿을 시작했을 때를 회상했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돈을 벌고싶다는 생각으로, 서로가 잘하는 분야를 도맡아 사운즈굿을 시작하게 되었다는데요. 시작할 때는 50장 정도의 LP와 아주 적은 양의 굿즈밖에 없었대요. 브랜드를 어떻게 이끌어 나갈지 방향성에 대해 고민하다가 ‘레코드 숍’으로서의 형태로 정체성을 가져가기로 했고, 소중하게 보관하던 개인 LP까지 가져와 레코드숍으로 본격적인 운영이 시작되었습니다.
두 대표는 브랜드 슈프림(Supreme)의 비디오 중 ‘A love supreme’이라는 비디오를 본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이라는 연주자와 그의 음악에 대해 알게 되었는데요. 펑키하지 않은 스타일의 재즈를 BGM으로 쓴 스케이트보드 영상을 처음 보며 ‘재즈가 굉장히 멋있는 음악이구나!’ 느끼게 되었습니다. 가사가 없고 기악 (器樂)으로만 연주되는 재즈가 멋져보이면서도 처음에 너무 어려웠지만, 다른 음악에서는 쉽게 느낄 수 없는 것들을 느껴 재즈에 빠져들게 되었다고 해요.
레코드숍을 운영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사운즈굿을 처음 오픈했던 2017년에는 현재와는 달리, LP가 주목받지 않았기 때문에 운영 자체가 힘들었죠. 레코드를 메인으로 하는 공간은 거의 없었을 뿐더러, 머천다이즈를 같이 하는 레퍼런스는 찾아볼 수 없었어요. 당시에 재즈가 가지고 있던 올드함, 프리미엄 등의 특정한 이미지가 있었는데, 그것을 넘어서는 확장성이나 자유로움. 그 관점에서의 재즈를 더 많은 사람들에게 더욱 소구하고 싶었대요. 그래서 위트있게 재즈를 풀어내기 위해 카테고리 안에서의 큰 줄기를 놓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습니다. 특히, 머천다이즈 같은 경우는 더 캐주얼하게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30대 이상 되면 새로운 음악을 잘 듣지 않는다’는 이야기가 있죠. 정덕환 대표는 유독 한국이 그런 문화가 심한 것 같다고 말했어요. ”문화나 여유가 필요하지만, 여유가 없는 문화 때문에 악순환이 계속되는 것 같다”고 솔직하게 자신의 생각을 털어놓았는데요. 일, 관계 등 여유가 없는 한국에서 조금만 관대한 시선을 가지는 사회가 되면, 음악적인 문화도 더 확장될 수 있을거라 믿고 있대요.
재즈라는 장르의 특성처럼 다양한 사람들의 취향이 믹스되면 재밌는 일들이 많이 일어나곤 합니다. 대표님들은 사운즈굿이 단순히 취향뿐만 아니라 세대, 성별 등 다양한 것들이 모이는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해요. 단순히 손님이 와서 레코드판을 사는 것이 아니라 내 취향을 알아가고, 그것들을 다양한 형태로 소비하고 표현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몇 년 전만 해도 K-POP이 세계를 뒤흔들거라고, 한국 감독이 칸 영화제 상을 받을 수 있을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문화적으로 융성해있다고 생각되는 사람들이 우리나라의 문화를 자연스레 접하는 시대가 되었다고, 이제 한국의 재즈도 빛을 보면 좋겠다고 김준오 대표는 이야기 했습니다. '언젠가는 한국에서 재즈로 대변되는 랜드마크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소망하는데요. 미국의 재즈 피아니스트 베리 해리스(Barry Harris)가 한 재즈 레슨에서 “you know you can’t have to really swing by yourself” (너희는 전혀 스윙하고 있지 않아)라고 얘기한 것이 재즈 씬에서 오래도록 회자되고 있죠. 각자가 자신의 박자를 가지고 자신의 연주를 해야된다는 ‘스윙’을 해야한다고 이야기한 것인데요. 사운즈굿이 계속하면 한국에서 모두가 “스윙”할 수 있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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