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에 가장 자연스러운 방식으로 - 인시즌

2024. 08. 21

<인시즌> 김현정 대표

‘한정판’이라는 말이 붙으면 더욱 사고 싶어지는 심리, 다들 아시나요? 한정판은 수를 제한하여 발매하는 상품을 말하는데요. 살까말까 고민하다가도 limited edition이라는 말을 들으면 주저 없이 지갑을 꺼내게 되곤 하죠. 일부러 개체 수를 제한하여 독점성을 부여하는 한정판 마케팅과 달리, 정말 한정적으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이 있는데요. 바로 ‘제철 과일’입니다. 요즘은 기술이 좋아져서 언제나 먹을 수 있는 하우스 과일들도 나오지만, 제철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을 제때 먹는 건 정말 한시적으로 경험할 수 있는 행복한 일이에요. 수박, 복숭아처럼 누구나 잘 아는 제철 과일들도 있지만, 사람들에게는 익숙하지 않은 재료들도 정말 많은데요. 생산자에서 시작하는 재료가 소비자들의 식탁에 닿기까지. 매일을 살아가는 그 계절에 가장 자연스럽고 어울리는 방식으로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는 브랜드 인시즌을 만났습니다.

*인시즌 (in season): 제철을 뜻하는 영어 단어입니다.

브랜드 한 겹: 멋쟁이 사과는 결국 무엇이 되었을까

인시즌의 첫 발걸음은 대학원 논문으로부터 시작되었습니다. 어린 시절을 충청도에서 보낸 김현정 대표님은 친척들이 사과 농원을 했던 배경 때문인지 대학원 논문으로 브랜드를 만든다고 했을 때 자연스럽게 ‘사과’가 떠올랐는데요. 어렸을 때의 경험으로 익숙한 사과가 자연스레 브랜드 아이템으로 이어졌대요. 과일이라는 특성에서 시작하여 ‘1년 내내 사과를 소비하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고, 자연스럽게 제철이 아닐 때도 소비할 수 있도록 저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방법들을 고민했어요. 일반적으로 많이 하는 절임이나 말림부터 시작해서 굽거나 갈아보기도 했죠.

동요 <멋쟁이 토마토>에는 이런 가사가 있습니다. ‘나는야 주스 될 거야 / 나는야 케첩 될 거야 / 나는야 춤을 출 거야’ 주스가 될지, 케찹이 될지 모르는 토마토처럼 사과로 시작한 인시즌도 다양한 방식으로 변화해 왔습니다. “솔직하게 말하자면, 저는 그렇게 먹는 것을 즐기던 사람은 아니에요.” 김현정 대표님이 사전 인터뷰에서 했던 말인데요. 인시즌이라는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아침에 눈을 떴을 때 무엇을 먹을지 고민하는 자신을 보며 많은 변화가 있었다는 걸 체감한다고 합니다. 말 그대로 ‘인시즌의 삶’을 살아가게 된 건데요. 어떤 재료나 음식으로 한정 지을 수도 있지만, 삶 자체에 녹아든, 그야말로 ‘지금에 충실한 삶’을 살게 되었다고 합니다. 대표님의 삶이 인시즌이 되었듯, 인시즌도 대표님의 삶을 바꿨죠.



브랜드 두 겹: 인시즌의 삶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인시즌에게도 변화가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습니다. 브랜드를 시작한 계기가 논문이라 브랜딩의 관점에서 학구적으로 운영해 왔다면, 성장하면서 어느 순간 진짜 비즈니스를 시작해야 하는 단계라고 생각했대요. 그래서 사람들의 즉각적인 반응을 직접 마주하고자 오프라인 쇼룸을 운영하게 되었습니다. “내가 더 상업적으로 사람들과 마주하려면 어떻게 해야 될까?” 라는 고민으로 시작되었는데요. 쇼룸에서 열리는 워크샵에서 사람들이 처음 보는 재료를 마주하면, 워크샵의 경험이 재료에 대한 기준이 되기 때문에 너무 흥미롭다고 합니다. 그런 관점에서 최근에 가장 큰 애정을 갖고 있는 재료는 루바브라고 합니다. 아직 잘 알려지지 않았고, 어떻게 이용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인시즌에서의 경험이 처음이자 앞으로의 기준으로 남게 되기 때문이죠.

인시즌의 삶을 사는 김현정 대표님이 말하는 ‘인시즌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 중 하나가 바로 경험인데요. 새로운 식재료를 마주하고, 알고 있던 식재료를 새로운 방식으로 다뤄보는 것들 하나하나가 경험이 되어 삶의 경험치가 느는 것이 재밌다고 해요. 최근에는 제주도에서 아는 분이 우메보시를 직접 만들어주셨다는데요.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적절한 방식으로 내어주셨대요. 살면서 우메보시가 맛있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그 우메보시는 너무 맛있었다고 해요. 그래서 올해 처음으로 인시즌에서 우메보시를 만들어냈다고 합니다. 즐거운 경험을 확장하고, 그 과정을 비즈니스로 풀어서 더 많은 사람들이 인시즌의 삶을 경험을 하는 것이 인시즌의 목표라고 합니다.

브랜드 세 겹: 브랜드가 삶을 지향하는 이유

말 그대로 ‘인시즌의 삶’을 살고 있다는 대표님은, 단 한 번도 멈추는 것을 고민해 본 적이 없다고 합니다. 제철 식재료를 소개하고 경험하게 한다면, 꼭 소비로 이어지지 않아도 인시즌에 대한 기억이 남을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죠. 모든 일이 마음대로 흘러가지는 않듯, 브랜드를 운영하면서 설정하는 꿈과 목표들도 항상 순항하지는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인시즌은 항상 가장 큰 범주의 확장성인 ‘삶’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삶에 대해 이야기하는 순간 한계라는 것이 없어지기 때문이죠.

‘인시즌은 앞으로 어떻게 나아갈거라고 생각하세요?’ 김현정 대표님은 이 질문에 삶을 채워내는 크게 세 가지인 의식주 중 식(食)을 다루고 있기 때문에, 의(衣)와 주(住)와 같이 의류나 공간으로 언제든지 더 확장할 수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브랜드를 만드는 입장에서 정리된 텍스트처럼 비전이나 목표가 있긴 하지만, 마음대로 되는 것은 아닌데요. 가장 큰 범주의 확장이 바로 ‘삶’이기 때문에, 한계가 없이 계속할 수 있는 것 같대요. 대표님도 인시즌을 운영하면서 매번 배우기 때문에, 어디까지 나아갈지 모른다고 합니다. 인시즌의 넥스트는 무엇일까요?

"과정도 맛이기에 아름다운 시간이 스며져 있는 음식을 가장 사랑하지" - 인시즌-

인시즌과의 인터뷰 뒤에 문득 ‘나는 인시즌의 삶을 살고 있나?’ 돌아보면서, 흘러가는 지금의 시간을 더 잘살아볼 수 있는 방법을 고민해 본 것 같아요. 이 글을 쓰는 요즘은 복숭아가 정말 맛있는 계절이에요. 오늘은 집에 가면서 복숭아를 한 번 사볼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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