뭉치면 살고, 흩어져도 산다 - 빌드웰러

2024. 06. 12

<빌드웰러> 빌드웰러 팀

한 겹 더 가까이, 브랜드의 본질을 알아보는 Peel the Brand. 이번에는 빌드웰러와 함께 합니다.

빌드웰러는 ‘짓다’라는 뜻의 영어 단어 Build와 ‘거주자’라는 뜻의 영어 단어 dweller를 결합해 만들어졌어요. 삶의 방식에 따라 주체적으로 공간을 변화시키는 사람들을 뜻하는데요. 조립하고, 해체하고, 변형해서 새로운 모습이 되는 모듈러 시스템처럼, 각각의 재능을 가진 팀원이 각각 파츠가 되어 빌드웰러로 완성되는 ‘빌드웰러즈’를 만나봤습니다.

브랜드 한 겹: 부수고 만들고 부수고 만들고, 멈추자!

김유석, 정우열 대표는 고등학교 때 만나 같은 대학교에서 건축을 전공했어요. 졸업하고 회사를 다니면서 실제 건축 현장에서 얼마나 많은 것들을 부수고, 또다시 만들게 되는지 보게 되었는데요. 그렇게 여러 번 반복하는 걸 보면서 ‘현재의 건축이 유일한 방법일까?’라는 생각을 했대요. 그렇게 문제를 정의하고 세상을 돌아보니, 당시에 남겨져 있지만 활용되지 못하는 공간이 많다는 것을 발견했어요. 거기에 착안해서 공간을 활용할 수 있는 방법들을 고민해 봤고요.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에 맞게 공간이 변화할 수 있는 수단’을 찾다가 모듈러 시스템을 개발하게 되었어요.

2017년부터 아이데이션을 시작했고, 2018년부터 빌드웰러를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되었는데요. 모듈 가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조인트*라고 합니다. 모듈 시스템이 결합하면서 스케일이 커지면 파츠*끼리 만나는 부분이 더 많아지는데, 그럴수록 조인트가 더 부각되기 때문이죠. 그래서 조인트를 안전하면서도 투명하고, 최대한 작게 만들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그래서 구조가 그대로 보이면서, 다양한 품종을 소량 생산할 수 있는 아크릴이라는 소재를 선택하게 되었대요. 현재는 우드, 스틸과 같은 소재도 결합할 수 있다고 하네요.

*모듈 가구: 모듈은 시스템을 구성하는 소단위를 뜻합니다. 모듈 가구는 작은 단위들로 조합되어 사용자가 원하는 모양이나 구성으로 조합하고 연출이 가능한 가구를 말합니다.

*파츠: 부품

*조인트: 기재를 결합하여 연결할 때 쓰이는 장치

 빌드웰러 조인트 시스템 ⓒ 빌드웰러



브랜드 두 겹: 뭉치면 살고 흩어져도 산다

빌드웰러는 작은 소품과 가구로 시작하여, 가벽 등의 건축 요소를 추가하여 최근 공간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공간을 만든다’는 개념이 쉽게 이해하기 어려울 텐데요. 박람회나 팝업스토어에서 하루 만에 구조물을 만들고, 철거하는 형태를 생각하시면 조금 쉽습니다.

빌드웰러는 작은 소품과 가구로 시작하여, 가벽 등의 건축 요소를 추가하여 최근에는 공간까지 만들고 있습니다. 김준수 디자이너는 빌드웰러 커뮤니케이션 센터에서 직접 고객들을 응대하기도 하는데요. 과거 입사 초반에 클라이언트를 응대할 때는 아크릴로 이미 완성된 상태의 가구와 집기들을 구매하려는 분들이 많았다면, 최근에는 매번 다른 공간에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입하고 컨설팅을 받고 싶다는 고객들이 많아졌대요. 스트리밍 팝업의 시대와 시기적절하게 잘 맞아떨어진 거죠. 하지만 이러한 모듈러 시스템도 결국 가만히 놔두면 성장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이런 시스템을 ‘반려 식물’ 같다고 표현했는데요. 계속 새로운 변수를 넣어주고, 다양한 시나리오를 넣어줘야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유동적인 시스템으로 나아갈 수 있대요. 빌드웰러에 본인이 지향하는 삶의 방식과 디자인 언어들이 합치가 되는 분들이 많아서, 회사를 좋아할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PM 팀에서 일하는 정인영 엔지니어는 가장 기억에 남는 사례를 꼽자면 ‘노티드’ 사례가 생각난다고 합니다. 처음에 완성된 디자인으로 매장 부스를 구성한 뒤, 다른 곳에서 팝업이나 매장을 꾸리면 그 파츠를 그대로 이용해서 다른 곳에서 다른 모습으로 조립한다고 하네요. 이런 작업 방식을 리빌드라고 하는데요. 빌드웰러가 추구하는 지속 가능성을 잘 담고 있는 예시라고 합니다. 하나의 파츠가 책상이 되기도, 월이 되기도 하는 것들이 가구를 넘어서서 하나의 공간을 구성하고, 사람들을 움직이는 동선을 만들고, 하나의 건축이 되는 부분이 너무 흥미롭고 보람차다고 하네요.

브랜드 세 겹: 빌드웰러즈가 일하는 방식

빌드웰러의 팀원들은 각자 다른 역할을 하지만,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주적으로, 즐겁게 일한다는 점인데요. PM 팀으로 입사한 정주영님은 제품 사진과 현장 사진 모두 촬영을 도맡아 하고 있습니다. 놀랍게도 입사 전에는 전문적인 촬영을 해 본 적이 없다고 하는데요. 입사 후 두 달쯤 됐을 때, 납품 과정이 재밌어 보여서, 영상으로 찍어서 대표님들께 보여드렸대요. 그런데 너무 좋아하고, 지원을 많이 해주셔서 그 때부터 시작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후, 인스타그램이나 유튜브에 올라가는 영상들도 모두 주영님이 담당하는데요. 초안을 기획해서 공유하면, 팀원들이 다같이 회의를 통해 의견을 내서 빌드웰러만의 분위기를 낼 수 있는 것 같다고 하네요.

PM팀에서 일하는 규원님은 전시를 보러가서 우연히 보게된 빌드웰러의 공간 시스템을 보고 ‘분명히 외국 거겠다’라고 생각했는데, 알고보니 한국 제품이었다고요. 관심을 가지고 있는 와중에 채용 공고가 떠서 지원하게 되어 근무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더욱 신기한 것은 전공과 큰 관련 없는 업무를 하고 있다는 것인데요. 어렸을 때부터 관심이 많았던 조립이나 제작 업무였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아 지원하여 일하고 있다고 합니다. 자율적인 업무 속에서 관심있고, 좋아하는 일을 찾아서 놀 수 있는 ‘놀이터’라고도 표현했어요. 빌드웰러즈는 한 팀이 따로 또 같이 일하는 모습이 매우 인상깊었습니다.

공간을 새로운 형태로, 더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도록

처음에 단순히 가구가 예뻐서 관심이 간 브랜드에서 공간 솔루션까지 제공한다는 사실만으로도 놀랐는데요. 유명세를 타고 있는 모듈 가구와 공간 솔루션보다도 궁극적으로 빌드웰러가 지향하는 길은 ‘제로 웨이스트’라고 합니다. 폐기물을 없애는 것의 의미와 더불어, 어떤 공간이 유휴 공간으로 남아있는 것도 낭비라고 생각하는데요. 지금까지는 공간을 사용하는 방식이 물리적으로 더 만드는 방식 위주였다면, 빌드웰러가 공간을 만드는 시스템을 사람들이 더 많이 이해하고 사용하면서 제로 웨이스트를 실현하고 싶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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