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와 휴식을 알리기 위해 기꺼이 치열해지다 - 배러댄서프
2024. 03. 20
2024. 03. 20
누구나 한 번쯤 ‘취미 생활하면서 돈 벌고 싶다’라는 생각을 해봤을 겁니다. 내 돈 써가면서도 하는 일을 돈 받고 할 수 있다니. 머릿속으로 즐거운 상상의 나래가 펼쳐지는 것 같아요. 속칭 ‘덕업일치’라 불리는 그 어려운 일을 해낸 브랜드를 만났습니다.
배러댄서프는 서핑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자유롭고 편안한, 그리고 유머러스한 가치를 전달하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입니다. 서핑은 단순히 속하는 스포츠의 영역을 넘어, 일상까지도 유연하게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는데요. 그 에너지를 제품으로, 그리고 제품을 넘어 예술/문화까지 자연스럽게 연결시켜 세상에 표현해내는 것을 브랜드의 목표로 하고 있죠.
한 겹 더 가까이, 브랜드의 본질을 알아보는 Peel the Brand. 오늘은 서핑으로부터 영감을 받아 가치를 전달하는 배러댄서프와 함께 합니다.
브랜드 런칭 전, 김준용 대표는 브랜드 디자이너로 회사를 다녔습니다. 커리어 문제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 휴가를 고민하던 중 친한 형이 서핑을 추천했대요. 그래서 부산에 있는 친구에게 연락해 서핑을 하러 떠났습니다. 당초 계획은 하루 후 서핑, 나머지는 지역 관광이었다고 하는데요. 첫날 강습을 받은 뒤 일정을 모두 변경해 버렸대요. 친구와 함께 서핑의 매력에 압도되어 버린 거죠. 서핑 강습을 2시간 받은 뒤 온 몸이 부서질 것 같이 아픈 몸으로 친구와 함께 “내일 또 하자.”라는 이야기를 나눴대요. 일주일 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서핑을 했어요. 그렇게 서핑과의 인연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렇게 취미로 서핑을 하면서 또 치열하게 일하던 김준용 대표가 일본에 있을 때였어요. 날씨가 좋던 어느 날, 지하철에서 바깥을 멍하게 쳐다보며 출근하는 길이었죠. 문득, 창밖으로 보이는 사람들의 행복한 모습을 보며 ‘나는 내가 원하는 삶을 살고 있나?’라고 돌아봤대요. 당시 긴장감이 팽팽했던 회사의 상황에서 번아웃이 오기 시작하며, 3년 정도를 고민했었는데요. 그날 결심이 서서 바로 회사를 그만두었다고 합니다. 그리곤 제주로 가서 브랜드를 시작하게 되었죠.
배러댄서프를 시작할 때만 해도 서핑은 한국에서 접근성이 낮아 대중적인 스포츠는 아니었기 때문에 많은 고민이 있었다고 합니다. ‘내 삶은 서핑으로 인해 많이 바뀌었는데, 나와 공감하는 사람이 많을까’, ‘내가 좋아하게 된 포인트를 어떻게 표현해낼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요. 우려와는 달리, 사람들의 반응은 폭발적이었습니다. 나에게 너무나 당연한 자전거와 서핑보드, 사진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가득했던 것이었죠. 사람들에게 내 이야기를 하는 게 처음엔 어려웠지만,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점차 자신감을 얻어 스토리를 풍부하게 전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러면서 “내 이야기”가 브랜드의 강력한 무기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브랜드를 하면서 힘든 순간도 많았지만, 결국 서핑을 좋아하지 않았으면 이렇게까지 할 수 없었을거라고 말하는 김준용 대표. 단순히 돈을 쫓는 것이 아니라 서핑이 주는 여유와 휴식에 대한 가치를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주고 싶다는 철학을 바탕으로 배러댄서프를 전개하고 있어요. 하지만 사람들에게 이야기하는 것과 반대로 치열하게 일하고 있습니다. 본인이 가진 모든 걸 걸고 해야 브랜드가 잘 되는 것 같대요. 결국 나중에 본인에게도 여유와 휴식이 돌아올 수 있게끔 열심히 하고 있습니다.
서핑을 하면서 실제로 파도를 타는 시간은 몇 초밖에 안 됩니다. 하지만 서퍼들은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도, 웻슈트를 갈아입는 시간도, 바다로 오는 길도, 물에서 나와 커피를 마시는 시간도 서핑으로 본대요. 특히, 서퍼가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을 라인업이라고 하는데요. 서핑을 하는 사람이 아니면 볼 수 없는 풍경을 라인업에서 보고 있을 때 너무나도 큰 행복이래요. 브랜드를 전개하면서도 영상이나 콘텐츠를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것을 깨닫고 콘텐츠에 힘을 많이 주고 있는데요. 이 지점들이 이어져 나중에는 영화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해요.
배러댄서프를 운영하면서 보니, 서핑과 브랜드는 비슷한 점이 많다고 합니다. 파도는 예측하려고 노력해도 그 흐름과 속도에 맞춰서 오지 않고, 잡으려고 노력해도 놓치는 파도들도 있는 등 여러 흐름들이 있는데요. 계속하다 보면 좋은 파도, 큰 파도를 타게 된다고 해요. 이와 같이 브랜드도, 운영하면서 많이 배우고, 사람들을 만나면서 실패할 때도 있지만 결국 꾸준히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 좋은 기회가 오고, 다양한 프로젝트를 하게 되니까요. 더 좋은 파도를 타기 위한 목표 의식을 가지는 것처럼, 브랜드 철학을 바탕으로 최고가 되기 위해 항상 노력하고 있다고 합니다.
여유와 휴식의 가치를 알리기 위해, 치열하게 달린다니. 모순적으로 보이기도 한 것 같아요. 하지만 당장은 거리가 멀어 보여도, 계속해서 알리다 보면 점점 더 가까워질 것이라고 한 김준용 대표님. 회사 일을 할 때와의 차이점은 역시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점이 아닐까요? 이번 주말에는 여유와 휴식을 찾기 위해 서핑을 한 번 가볼까 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