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일할 때 평화롭길 바라 - 오피스제주

2024. 02. 07

<오피스 제주> 박성은 대표


‘불같이 일한다’, ‘하얗게 불태웠어’처럼, 불은 일과 관련된 관용어에 굉장히 많이 사용됩니다. 특히 열정적으로 일에 임할 때 주로 사용되는데요. 하지만 항상 긍정적으로 사용되는 것은 아닙니다. 모든 걸 불태우고 소진되었다는 뜻의 번아웃(Burn-out)은 일을 하는 도중 극심한 육체적/정신적 피로를 느끼고, 일에서 오는 열정과 성취감을 잃어버리는 증상을 말하죠.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장인의 95%가 번아웃을 경험했다고 할만큼 심각한 사회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데요. 제주의 바닷마을에는 번아웃된 사람들이 일하기 위해 만든 공유 오피스가 있습니다.

오피스 제주는 번아웃 됐던 사람들이 제주에 만든 공유 오피스-스테이입니다. 2019년 11월 제주 조천에 문을 연 뒤, 3년 간 5천명이 넘는 인원이 다녀갔죠. 자기 일을 좋아하는 사람들이 행복하고 자유롭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든 것인데요. 성황리에 힘입어 2022년 7월에 좀 더 큰 규모로 사귀포 사계리에 2호점을 오픈했어요.

한 겹 더 가까이, 브랜드의 본질을 알아보는 Peel the Brand. 오늘은 제주도에 위치한 공유 오피스&스테이 오피스 제주의 이야기를 들려드리고자 합니다.

브랜드 한 겹: 번아웃에서 찾아낸 새로운 불씨

건축과를 졸업하고 건축 설계사무소에서 일하던 박성은 대표의 별명은 ‘프로 그만둘러’였습니다. 여러 회사에 취직했지만 1~2년을 주기로 이직을 반복했기 때문이죠. 결국 마음이 맞는 친구들과 건축 설계 사무소를 차렸는데요. 4년 간 회사를 잘 운영했지만, 뜻하지 않은 스트레스 때문에 번아웃을 겪게 되었어요. 고민 끝에 창업했던 회사를 정리하고, 무작정 제주도로 내려왔다고 하는데요. 우연히 제주도청의 전문직 공무원 공고를 보게 되었고, 평소 생각하던 일은 아니었지만 안정적인 생활을 위해 지원했는데 덜컥 6급 공무원이 되었죠.

안정적인 생활을 하며 번아웃을 이겨낸 것도 잠시, ‘프로 그만둘러’가 다시 깨어났습니다. 공무원으로 일하면서는 옛날 학교에서나 볼 수 있는 철로 된 초록색 교무실 책상에서 서류더미와 함께 일했는데, 자유로운 공간을 디자인했던 과거와는 극명하게 차이났기 때문이죠. 물리적인 사무 환경이 중요했던 박성은 대표는 공무원을 그만 둘 생각으로 사업 아이템을 고민하다가 코워킹 스페이스를 구상했어요. 하고 싶은 일을 해야겠다는 생각으로 결국 공무원을 그만두고, 정부에서 지원하는 예비창업패키지 사업에 합격하며 지금의 ‘오피스 제주’를 창업하게 되었습니다.

오피스 제주는 영어로 OFFICE가 아닌 O-PEACE를 사용하고 있어요. 일이라고 하면 무겁고 힘든 느낌으로 먼저 다가오지만, 평화롭고 자유로운 분위기라면, 일을 삶에서 분리하지 않아도 삶이 더 행복해질 수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일과 삶의 적절한 균형을 말하는 워라밸(Work-Life Balance)이 아니라, 일과 삶의 경계를 무너뜨린 워라블(Work-Life Blending)을 추구하는 것이죠. 그래서 2019년 11월, 제주 조천리 바닷마을에 평화로운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는 공간인 오-피스 제주를 오픈했습니다.

브랜드 두 겹: 네가 일할 때 평화롭길 바라

오피스 제주에는 ‘오피스 아워’라는 네트워킹 프로그램이 있습니다. 마당에서 멍하니 불을 보는 이른바 ‘불멍’ 타임을 가지는 것인데요. 오피스 제주에 온 사람들끼리 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조용한 수다를 떠는 시간입니다. 어디서 왔는지, 무슨 일을 하는지 묻지 않는 2무원칙을 바탕으로 일을 하면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있죠. ‘기왕에 일을 해야 한다면 환기가 될 수 있고, 일하면서도 회복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지 않나’라는 박성은 대표의 생각이 잘 드러나는 프로그램입니다.

‘공간으로 사람을 돕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작한 오피스 제주. 하지만 일하는 사람들과 번아웃 된 사람들을 모두 응원하는 방식은 공유 오피스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해서, 다른 것들에도 도전하고 있습니다. 오피스 제주에서 만난 사람들 중 남다르게 자신만의 영역을 개척하는 사람들을 만나, 이야기를 담은 책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또, 최근에는 양말 브랜드와 협업하여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양말을 만들고 있다고도 해요. 공유 오피스, 책, 양말이라니! 오피스 제주의 다음 스텝은 무엇일지 궁금해집니다.

브랜드 세 겹: “기왕 미끄러질 거면 신나게 미끄러져 주마!”

박성은 대표가 가장 좋아하는 만화 장면이 있는데, 바로 피구왕 통키입니다. 비가 내리는 경기장에서 마지막 선수가 한 명씩 남아있는데, 비때문에 통키가 계속 미끄러져서 공격이 안들어가는 상황이었죠. 마지막 슛을 던지는 통키는 “기왕 미끄러질 거면 신나게 미끄러져 주마!”라고 외치면서 공을 던지는데, 공격에 성공하게 되는 장면입니다. 이 장면을 인상깊게 보게 된 탓인지 ‘기왕 하게 될 거라면 회사를 다니건, 사업을 하건, 끝장나게 일을 하자!’는 주의라고 합니다. 오피스 제주를 창업하고무려 3건의 시드 투자를 받았음에도 사업이 여전히 ‘생존’이라고 합니다. 여유부릴 새 없이, 언제든 문을 닫을 수 있다는 마음으로 일에 열심히 임하고 있다고 하죠.

조용한 로컬에 공유 오피스&스테이를 만들어, 전세계 노마드가 와서 머물고 일하게 하는 오피스 제주는 O-Peace를 글로벌 브랜드로 확장하고자 하는 꿈을 가지고 있습니다. 동아시아에 제주를 포함한 10개 지점을 오픈할 계획이 있고, 그 시작으로 2023년 5월 캄보디아 씨엠립 Siem Reap Sarai Resort에 O-Peace의 첫 글로벌 지점을 오픈했어요.

세상을 일하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

통키를 보며 불꽃슛을 좋아하던 어린이는, 불씨를 태워 열심히 일하다 번아웃이 온 어른이 되었지만, 타오르는 불을 멍하니 바라보며 일하기 더 좋은 곳을 만들어 냈습니다. ‘세상을 일하기 더 좋은 곳으로 만드는 것’이 목표라는 오피스 제주의 불씨는 어디까지 퍼져나갈까요?


오피스제주의 더 많은 이야기는 공식 웹사이트에서 만나보세요!

 나만의 브랜드 시작하기    다른 인터뷰 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