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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도리작업실
평범한 것들을 모아 비범함을 만드는 라이프스타일 브랜드.
손수 고르고 만든 일상품과 취향품을 선보입니다. ‘나답게 사는 것’에 대한 고민을 담은 제품을 만들고, 귀여워 합창단, 토요 이야기 집 등 좋아하는 것을 더 좋아하도록 돕는 콘텐츠를 전개하고 있습니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어요. 사진작가, 뮤직비디오 감독, 카피라이터... 근데 졸업할 때 보니까 그럴싸한 스펙이 없는 거예요. 6개월 동안 지원서를 넣었는데 다 떨어졌어요. 보니까 제가 저에 대해서는 정말 잘 아는데, 지원했던 회사나 직군에 대한 이해가 너무 부족했더라고요. 그럴 수밖에 없는 게 저는 그때 저랑 대화도 많이 하고 매일 저에 대한 글을 썼거든요. 아, 내가 제일 잘하는 건 그냥 나에 대해서 파는 거구나. 그럼 그걸 더 강하게 보여주고 싶다고 생각했죠.
그날따라 자신감이 좀 뚜렷했어요. 6월 8일에 마음을 먹고, 6월 28일에 개업을 했어요. 그때는 그냥 테이블 3개 밖에 없었고 중고로 집기들을 하나씩 들였어요. 벽지도 원래 있던 대로 쓰고 좀 낡은 건 새로운 물건들로 조합해서 가리면 되겠다고 생각했죠. 그렇게 붙여놓은 게 내 취향이고, 그렇게 하는 것도 재밌겠는 거죠. 제가 좀 잘 조합해서 붙이거든요.
제가 초등학교 때부터 지냈던 동네여서 자연스럽게 선택했어요. 어느 날 집에 가는데 갑자기 이 2층 건물이 눈에 들어왔어요. 여기라면 너무 부담스럽지 않게 해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물론 서울로 가면 더 많은 분들을 만날 수 있겠지만, 제가 지내지도 않았던 지역에서 제 공간이라고 차려놓으면 좀 어색하겠다, 이질적이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말없이 그냥 멍때리고 있어도 되는 ‘내 방 같은 곳’의 느낌이었으면 했어요.
그리고 이렇게 ‘뭐가 없는 것’도 내 장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오히려 여기는 뭐가 없기 때문에 주변 풍경을 보게 되고, 오르막길을 걸어 가면서 그 과정에서 보이는 나무들, 동물들이 많아요. 그런 것도 저를 나타내는 하나가 아닐까, 이것도 미도리작업실을 누리는 경험 중 하나가 아닐까 싶어요.
사실 물건들을 보면 쓰임새는 다 평범해요. 엽서도, 스티커도 다 평범한 것들이죠. 다만 그걸 만든 분이 자연스럽게 그리는 선, 색깔, 그분의 취향과 감각 같은 것들이 스티커라는 평범한 물건에 담기잖아요. 이건 너무 멋있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마찬가지로 저한테도 ‘어떻게 토마토에 고양이 얼굴을 붙일 생각을 했는지 신기하다, 너무 귀엽다’ 이런 이야기들을 해주세요. 나에게는 너무나 평범하고 자연스러웠던 지점을 다른 사람들은 비범하게 봐주시는구나. 그렇다면 반대로 이분들도 자기 자신을 그렇게 느끼셨으면 좋겠다. 그러니까 모든 사람들이 자기가 갖고 있는 자연스러운 지점들을 하나의 특별함으로, 비범함으로 생각을 해주셨으면 좋겠다. 그런 마음으로 그 문장을 만들었던 것 같아요.
처음에는 제가 좋은 것을 다른 분들에게 보여드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너무 좋다는 구매평이 올라올 때나 저를 응원하는 댓글을 달아주시는 걸 볼 때, ‘어떻게 이렇게까지 좋아해 주실 수 있지?’ 싶더라고요. 저는 항상 제 삶에 저밖에 없었어 가지고 타인을 이해하는 게 좀 어려웠거든요. 근데 처음으로 미도리작업실을 하고 나서 ‘여기를 찾아주시는 분들이 궁금하다’는 그런 감정이 들었어요. 그때 이 일을 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내일 당장 그만둬도 지금까지 해왔던 것들 있으니까 그것만으로도 너무 충분하다는 생각으로 매일매일 살고 있어요.
저는 밤에 잠을 안 자고 일을 할 정도로 좀 미련한 스타일이었는데요. 이 일을 하고 나서부터는 밤에 미련을 두는 대신, 내일 이분들한테 더 좋은 걸 보여드리고 싶다는 마음으로 일하고 있어요. 아이유의 ‘에필로그’라는 노래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나를 알게 되어서 기뻤는지
나를 사랑해서 좋았었는지
우릴 위해 불렀던 지나간 노래들이 여전히 위로가 되는지 당신이 이 모든 질문들에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면
그것만으로 끄덕이게 되는 나의 삶이란
오, 충분히 의미 있지요
이 노래 가사처럼 우리와의 기억들이 조금은 당신을 웃게 하는지, 삶의 어느 지점에서 우리가 함께였음이 자랑이 되는지, 만약 그렇다고 대답해 준다면 이것만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많이 느껴요. 제 삶이 더 넓어진 느낌이 듭니다. 그냥 이 분들을 만나서 참 다행이고 행복하다, 그렇게 말하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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