꾸준히 운동을 해온 분이라면 아실 거예요. 좋은 운동복 찾기가 생각보다 어렵다는 것. 활동성과 품질이 좋은 건 당연하고, 내 몸에 잘 맞는 편안함과 디자인도 신경 쓰게 돼요. 고려할 게 많다 보니 기껏 사놓고 손이 가지 않는 옷들도 생기죠. 운동하는데 왜 옷에 이렇게까지 신경을 써야 할까? 태초는 이 질문에서 출발한 브랜드입니다. 편안한 옷을 넘어, 애씀 없는 삶을 추구하는 태초의 세계. 여러분도 한 번 경험해 보시겠어요?
김진아 태초는 ‘우리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고 있는 불편함’을 해결하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어요. 저는 취미로 요가, 발레와 같은 여러 운동을 하면서 수많은 운동복을 소비해 왔던 사람인데요. 어느 날 그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내가 운동을 진정으로 편하게 즐기고 있나?’
김진아 다들 공감할 거예요. 옷을 입었는데 답답해서 숨이 잘 쉬어지지 않거나, 말려 올라가서 민망하거나, 뭉쳐있는 끈 때문에 아프거나… 아무리 편안하다고 말하는 여러 제품들을 입어봐도 이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았어요. 운동은 나의 감정과 자극에 집중하게 하고 나를 더 나은 방향으로 이끌어주는 힘이 있는데, 옷에서 오는 불편함 때문에 내가 좋아하는 운동에 방해가 된다는 게 억울하더라고요.
김진아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어요. 태초에 아무것도 입지 않았던 우리처럼, 아무런 불편함과 부끄러움이 없는 옷을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이런 브랜드를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한 후 브랜드 네이밍이 결정되기까지 1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어요. 제품의 특징을 생각하고, 그 제품을 착용했을 때 느껴지는 감정을 생각하니 당연하다는 듯 ‘태초’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김진아 지금은 발레, 무용과 같은 댄스웨어에 집중하고 있어요. ‘클라우드: 웨이브 하렘팬츠’가 가장 대표적인 제품입니다. 직접 개발한 ‘태초-패드’가 삽입되어 있어 속옷 없이 더 편안하게 입을 수 있고, 부드러운 촉감과 옆트임 셔링 디테일이 매력적이에요. 그리고 ‘워터: 탈리스만 플로우 팬츠’는 무릎 셔링 디테일과 슬릿 스커트가 포인트인 제품입니다. 몸의 윤곽을 은은하게 보여주면서도 부끄럽지 않게 가려주는 메쉬 소재로, 더 자신 있게 춤을 출 수 있도록 만들어 줘요.
김진아 제가 생각하는 태초의 가장 큰 장점은 ‘연결성’이에요. 첫인상-상품 페이지-구매-택배 도착-첫 착용-지속적인 착용까지, 브랜드 경험 전반에서 태초를 통일성 있게 느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제품의 품질이 좋고 입었을 때 편안한 것, 자사몰에서 브랜드의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것, 광고와 상품 설명에 자극적인 메시지를 쓰지 않는 것, 모두 연결성을 만드는 요소인 거죠.
김진아 저는 태초라는 이름을 처음 떠올렸을 때부터, 태초를 브랜드가 아니라 하나의 '세계'라고 생각했어요. 외부의 자극 없이 진정한 나와 대화하는 공간. 나의 움직임에 목적도 목표도 없고, 오로지 내가 편안하고 행복하기 위해 행동하는 그런 공간을 녹여내고 싶었어요. 고객이 태초를 처음 만나는 순간부터 제품을 버리는 마지막 순간까지 그 세계가 매끄럽게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했죠.
김진아 맞아요. 모든 태초 제품에 시그니처 센트(향수)를 뿌려서 발송하고 있어요. 이 향이 반응이 너무 좋아서 최근 정식 제품(idèa: Perfume Sachet)으로도 출시했어요. 시그니처 센트 역시 ‘태초가 가진 생명력을 어떻게 해야 고객들도 느낄 수 있을까?’하는 고민에서 출발했어요. 오프라인 매장이 없으니 직접 제품을 입어보고 만져볼 수 없고, 저희 직원들의 목소리도 들을 수 없잖아요. 그래서 제품을 받아봤을 때 시각, 촉각은 물론이고, 청각, 후각, 미각까지 오감을 건드릴 방법을 고민했죠.
특히 후각이 정말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태초의 세계로 들어갔을 때 맡는 향기라고 생각하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심상이 있었어요. ‘분명 풀 내음 짙은 안개가 낀 숲 몽환적인 숲일 거야. 안개가 있으면 촉촉하니 젖은 흙과 나무 냄새도 나겠다.’ 이런 상상을 조향사님이 구체화해주셔서 태초만의 향을 만들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태초만의 청각적, 미각적 경험도 선보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요.
김진아 첫 번째 고객이 재구매를 해주셨던 때가 가장 먼저 생각나요. 론칭 후 첫 구매가 일어났을 때 너무 기뻤지만, 한편으로는 태초를 좋아해주실지 걱정도 됐어요. 그런데 첫 고객님이 재구매를 해주신 순간! 얼마나 큰 자신감을 얻었는지 몰라요.
지금도 많은 분들이 태초를 다시 찾아주실 때마다, 여전히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기뻐요. 재구매가 일어나면 지금도 저희끼리는 서로 ‘축하해’라고 얘기할 정도예요. 시간을 내서 의견을 보내주시는 분들도 너무 감사하고요. 태초라는 브랜드가 더 오래도록, 욕심을 내자면 평생 존재하길 바라요. 이 행복이 너무 소중하거든요.
김진아 저희가 계획하고 있는 것들을 빠르게 보여드릴 수 없다는 점이 가장 아쉬워요. 시즌별로 신제품을 수십 개씩 출시하는 브랜드도 있고, 저희가 목표로 하는 모습에 다가가려면 보여드려야 할 제품들이 정말 많은데… 나름대로 치열하게 일하고 있지만, 겉으로 봤을 때는 너무 속도가 너무 더디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을 것 같아요.
김진아 자본이나 시간의 한계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희가 생각이 너무 많아요. 일단 제작 과정에서 패턴 수정을 정말 많이 합니다. 사람들이 보기엔 잘 티도 안 나는데, 0.5cm씩 계속 수정하고… 거래처에서도 가끔 힘들어하세요. 한두 번 수정하고 넘기는 브랜드도 많은데, 저희는 네다섯 번씩 하니까.
기획할 때도 고민이 많은데요. ‘편안함’이라는 기준을 지키면서, 태초만의 특징을 보여주어야 하니까요. 아까 말씀드렸던 ‘클라우드: 웨이브 하렘팬츠’도 디자인 요소로 옆트임 허리선이 들어가 있는데요. 사실 이런 요소가 불편함이 될 수도 있죠. 사실 편안하려면 정말 아무것도 없으면 되는데, 그렇다고 또 아무것도 없으면 브랜드를 만들어 갈 수가 없잖아요. 그런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는 거죠.
김진아 물론 어렵지만, 장기적으로 보는 것이 저의 강점이라고 생각하고 밀고 나가고 있어요. ‘단기적인 매출을 위해 뭘해야 할까?’를 생각하면 더 많은 걸 빠르게 할 수도 있겠죠. 그런데 ‘이 브랜드가 오래 가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는 기준으로 보면, 브랜드의 모든 순간에 적어도 저희가 고민한 흔적은 남겨 두어야 하는 것 같아요. 그래야 다른 사람들도 그걸 느끼고 이해할 수 있을 테니까요.
김진아 태초가 짧은 시간에 방향성 변화를 정말 많이 겪었다고 생각하는데요. 초반에는 제품 컨셉을 요가와 발레 두 가지로 잡았는데, 발레 쪽 반응이 더 좋았거든요. 지금은 아예 발레 쪽으로 방향을 틀었어요. 시장이 너무 좁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지만, 시작하는 브랜드는 일단 좁고 뾰족해야 사람들 눈에 띄는 데 유리하니까요. 최근에는 자사몰 상품 메뉴까지 전부 바꿨습니다. 상의/하의 구분에서 발레/라이프스타일 구분으로요. 그러다 보니 처음에 요가를 좋아해서 태초를 찾아주신 분들은 서운해하시는 거예요.
처음에는 이게 너무 스트레스였어요. 그런데 중요한 건 어느 쪽이든 빨리 노선을 잡는 거라고 생각해요. 아쉬워할 시간에 더 빨리 자리 잡고 확장하는 게 낫겠다고 결론을 내렸어요. 한 번 잡은 노선 대로만 쭉 가는 게 아니라, 모든 분이 다 좋아하실 수 있도록 성장하는 게 저희의 목표예요.
김진아 태초는 편안함이라는 가치를 ‘라이트 서포트(Light support)’라는 말로 풀어내고 있는데요. 발레, 무용, 요가를 넘어서 ‘라이트 서포트’가 필요한 모든 운동을 다루고 싶어요. 골프웨어가 나올 수도 있고, 시즌성으로 수영복을 만들 수도 있고요. 더 나아가 라이프스타일까지 커버하고 싶다는 바람도 있습니다. 이런 모습이 너무 먼 이야기가 아니었으면 좋겠고요. (웃음) 우선은 제품 종수를 늘려가는 것이 중요하고, 그래서 지금 열심히 신제품을 준비하고 있어요.
김진아 태초가 ‘브랜드’로 기억되기를 원하지 않아요. 활기찬 생명체, 내 옆의 존재하는 사람처럼 바라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저는 태초를 떠올렸을 때 분명하게 떠오르는 사람의 이미지가 있어요. 향기롭고, 차분하고, 부드러운 사람. 시끄럽게 다가오지는 않지만 말을 걸면 친절하고 다정한 사람이요.
그러려면 태초를 만나는 곳곳에 그런 장치들을 계속 심어두어야겠죠. 고객과 소통도 잘 돼야 하고, 소통 이후의 결과가 잘 도출되어야 하고, 온라인뿐만 아니라 오프라인에서도 경험할 수 있는 다양한 이벤트가 필요할 거예요. 이런 것들이 모여 나중에는 태초라는 이름만 들어도 다양한 심상과 감정이 떠오르는 하나의 세계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일은 늘 많고 벅찹니다. 이제 막 시작한 작은 브랜드라면 더욱 그렇고요. 그런데도 태초는 눈앞에 놓인 일만 보지 않았어요. 브랜드의 시작, 현재, 그리고 미래까지. 하나의 세계 안에서 모든 경험을 세심하게, 그리고 일관성 있게 설계해 나가고 있었습니다. 웬만한 애정과 정성으로는 할 수 없는 일이기에 태초를 ‘사람처럼’ 생각한다는 말이 더 깊이 와닿았어요. 아임웹이라는 브랜드를 만들어가는 마케팅팀으로서도 배울 점이 많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아임웹을 사람으로 표현한다면 어떤 사람일까?’ 오늘은 저도 팀원들과 이 이야기를 나눠보려고 해요.